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7원60전 오른 1069원에 마감한 6일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 딜러가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7원60전 오른 1069원에 마감한 6일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 딜러가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오늘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6일 이른 아침 A은행 회의실. 외환시장 개장을 앞둔 수석 딜러들이 긴장한 얼굴로 마주 앉았다. 사흘 연휴 기간 미 달러화의 고공행진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는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70원대까지 오른 상황이었다.

○느긋한 수출업체

['슈퍼달러' 쇼크] 强달러에 요동치는 외환시장…원高 베팅했던 기업·금융사 '비상'
오전 9시. 모니터의 시초가엔 전 거래일보다 13원50전 급등한 달러당 1074원90전이 찍혔다. 출발부터 딜러들의 예상을 4~5원이나 웃도는 숫자였다. 김성순 기업은행 팀장은 “달러당 1070원50전 선에서 출발할 줄 알았는데 상승속도가 빨랐다”며 “수급 구도의 변화가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슈퍼달러’ 흐름이 본격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9일 1050원대에 오른 뒤 연일 급등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를 이끄는 것은 미국 경제의 호조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9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24만8000명 늘어나 시장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었다. 금리 인상이 머지않았다는 분석에 다시 무게를 실었다.

이것만으로는 13원 이상 오른 급등세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 공백’을 지적했다. 장 초반 달러가 급등하자 수출업체들이 달러가 더 비싸진 뒤(환율이 오른 뒤) 달러를 팔기 위해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설명이다.

○‘발등의 불’ 수입업체

반면 달러를 사는 쪽은 여유가 별로 없다. 매일 원자재를 사들여야 하는 정유업체, 항공유 등을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사 등이 문제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들 수입업체는 달러가치가 조금씩 떨어질 때마다 저점매수하며 시장을 쫓아갈 수밖에 없다”며 “달러 강세가 장기화하면 선물환 매수를 통해 환위험 헤지(회피)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수급구도가 달러 매수로 기울어진 배경은 또 있다. 김성순 팀장은 “올 들어 원화 강세의 동력은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자금 유입이었다”며 “그런데 최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빠져나가면서 달러 공급의 한 축이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적 우려에 엔저 악재까지 겹치자 외국인들은 국내서 번 원화로 달러를 도로 사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채권금리도 내렸다. 해외보다 높은 금리 수익을 기대하고 국내시장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손절매에 나설 수도 있다. 이날 강해진 매수세에 맞서 수출업체들도 오후 들어 매도에 나서기 시작했다. 치열한 공방 끝에 원·달러 환율은 상승폭을 점차 좁혀 7원60전 오른 1069원에 마감했다.

○엔저 태풍은 주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달러 가치 상승에 대한 예상을 시장이 아직 완전히 선반영한 상태가 아니다”며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신호가 나온다면 달러화 강세는 한 차례 더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경팔 외환선물 팀장은 “이달 중 달러당 1090원 가까이 오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이달 1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향방이 단기 변수로 꼽힌다.

지난달 말 휘몰아친 엔저 태풍은 일단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100엔당 95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엔 환율은 최근 원화가치가 엔화가치보다 더 크게 하락하면서 이달 들어 970원대 중반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김유미/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