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해근 Lucky서울 사장이 서울 중구 흥인동 사무실에서 일본에 수출할 여성 의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최해근 Lucky서울 사장이 서울 중구 흥인동 사무실에서 일본에 수출할 여성 의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보험회사에 20여년간 다니던 최해근 Lucky서울 사장은 은퇴 후 삶에 대해 고민하다가 40대 중반에 사표를 냈다. 직장 동료가 “일본에 옷을 수출하는 장사가 잘된다”고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2005년 여성의류 샘플 몇 장을 들고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갔다. 도쿄 의류 도매 수입업체를 찾아가 더듬거리는 일본어로 “나를 한 번 믿어보라”며 거래를 제안했다.

400장이 적힌 주문서를 받아든 그는 한국에 돌아와 우여곡절 끝에 주문량을 맞췄다. 첫 사업(유통)에 성공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의류 사업이 10년차에 접어들었다. 최 사장은 “회사 이름인 Lucky서울은 처음 일본에 건너갔을 때 만들었던 명함 ‘서울모드’에서 따 왔다”며 “서울에서 온 행운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일본에 부인복 납품

최 사장은 사업 초기에 일본 바이어에게 전화가 오면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식은땀이 났다고 했다. 하나에서 열까지 다 배워가며 일을 해야 했다. 오전 4시면 일어났다. 공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재단 날염 자수 등을 배웠다. 현장은 가장 큰 선생님이자 살아있는 교과서였다. 독기를 품고 일본어 독학에도 속도를 냈다.

옷은 통상적으로 바이어로부터 주문받은 뒤 납품하기까지 3~4주가량 걸린다. 처음에는 납기를 맞추기가 어려웠지만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자 며칠 밤을 새우는 것도 즐거워졌다. 도쿄와 오사카 등의 의류 도매상가 수입업자들 사이에 차츰 입소문이 났다. 바이어들이 알아서 찾아오기 시작했다. 디자이너 네 명을 두고 자체 공장 두 곳을 확보하는 등 착실히 회사 덩치를 키워갔다.

Lucky서울이 주로 취급하는 품목은 ‘부인복’이다. 일본 50대 이상 중년 여성을 겨냥한 상품이다. 티셔츠부터 코트까지 모든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드는 레이스 프릴 리본 등은 한국 여성들이 선호하는 스타일, 디자인과 다소 다르다. 일본에서는 회색 검은색 등 무채색을 주로 선호한다.

최 사장은 “거래처별로 디자인을 다르게 만든 ‘기획상품’을 선보여 차별성과 경쟁력을 높였다”며 “고정적인 거래처를 10여 군데 확보했고 1만장 이상 주문하는 곳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한국서도 의류사업 나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일본에 수출을 몇 년간 하다 보니 한국에서도 자신이 만든 옷을 팔고 싶어졌다. 2008년 20~30대를 겨냥한 자체 브랜드를 선보였다. 헐렁하고 멋스러운 옷을 주로 생산하는 ‘럭키’와 귀여운 분위기의 옷인 ‘베리베리’였다. 동대문 등지에 매장 두 곳을 열었다. 최 사장은 “곧 온라인 쇼핑몰도 열 계획”이라며 “앞으로 내수 시장에 좀 더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승마가 취미인 최 사장은 승마복을 입고 말을 타면서 느꼈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승마복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노숙자들을 위해 옷을 만들어 기부하고, 직원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주변 어려운 사람들을 보살피는 일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