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CEO 열전⑥]'드럼치는 CEO' 임진훈 텔콘 대표 "잘 노는 사람 좋아하는 이유는…"
기업을 제대로 알고 싶으면 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공한 기업은 CEO의 역량과 혁신의 자세, 영속기업을 만들기 위한 열정 등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물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주식시장에 입성하는 신규 상장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공모주 투자부터 상장 이후 주식투자에 이르기까지 투자자들은 알짜 기업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한경닷컴]은 주식시장에 갓 데뷔한 신규 상장기업부터 상장승인 심사를 마친 기업들의 CEO들을 집중 탐구하는 시리즈물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야전사령관 CEO"

임진훈 텔콘 대표(사진·50)에 대한 주변의 평가다. 무선통신 기지국 장비에 들어가는 '커넥터'가 무엇인지 칠판에 그리며 기자에게 하나하나 설명하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열정을 못 이겨 인터뷰를 서서 진행한 '전투형' CEO가 바로 그다.

1999년 무선통신장비 제조업체인 케이엠더블유에서 분사한 텔콘을 12년째 이끌고 있는 임 대표는 매출액 30억 원짜리 회사를 500억 원까지 키워낸 기지국 무선장비 분야의 '장인'이다.

일주일에 7일을 출근하는 것도 모자라 사무실에 간이침대를 놓고 산다는 임 대표. 자신의 회사에서 불량품이 단 한 개라도 나오면 고객사에 찾아가 직접 '석고대죄'한다는 CEO.

신입사원을 뽑을 땐 "서울 유명 대학보단 끼 있고 놀 줄 아는 지원자를 눈여겨본다"는 그를 지난 2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텔콘 본사에서 [한경닷컴]이 만났다.

◆ "불량품 나오면 불호령…부품에도 '입' 달려"

텔콘은 무선통신(RF) 부품의 하나인 커넥터와 케이블 등을 제조하는 회사다. 이 부품은 송전탑 꼭대기나 통신사 중계기 등에 들어가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

임 대표가 텔콘 최대의 장점으로 꼽은 것은 낮은 불량률이다. 부품회사의 대표라면 누구나 신경 쓰는 것이 생산라인에서의 불량률이지만 그는 업계 내에서 특히 더 낮은 불량률을 회사의 급성장 요인으로 꼽았다.

임 대표는 "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불량품이 나오면 이를 숨기지 말고 잘못을 '석고대죄'하라는 것"이라며 "불량이 나온 이유를 분석하고 바로잡으면 될 일인데 이를 덮고 넘어가면 또 같은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업계 내에서 '불량품'을 끝까지 추적하기로 유명하다. 단 하나의 불량품이라도 이를 끝까지 찾아내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는지 반드시 답을 얻어낸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얘기다. 그가 이토록 '완벽함'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그의 독특한 철학 때문이다.

임 대표는 "저는 부품에도 '입'이 달려 있다고 믿는다"며 "텔콘의 부품들이 어느 나라 어느 환경에서 쓰일지 일일이 체크할 수 없지만 세계 곳곳의 엔지니어들이 지금 이 시각에도 우리 제품을 들여다보며 평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 "제조업 25년 경험…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해"

일주일을 1시간 단위로 쪼개 살 정도로 바쁜 임 대표지만 그는 틈만 나면 드럼 학원에 가 패드를 두드리는 CEO다. 대표의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로 "끊임 없는 배움"이라고 강조한 그는 최근에는 스쿼시를 시작했다.

임 대표는 "회사 직원들은 알게 모르게 대표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오랜 사회 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이라며 "내가 먼저 무언가를 배우면 직원들이 또 나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이것이 기업의 문화를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대표가 바뀌고, 부서장이 바뀌고, 팀원이 바뀌어도 회사의 시스템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는 '정신'을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런 회사를 만들기 위해 그는 '대표'보다는 '가장' 같은 CEO가 롤모델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경영 계획에 대한 비전을 직원들에게 제시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단 그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싶다"며 "딱딱한 대표보단 끈끈한 정신을 직원들에게 줄 수 있는 아버지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직원을 뽑을 때 '잘 놀 줄 아는' 지원자를 눈여겨보는 것도 그들이 이런 '끈끈함'을 잘 받아들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임 대표는 "자기가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을 잘 이해하는 것과 그것을 원만히 수행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며 "놀기도 잘 놀고 기존의 직원들과 잘 어울릴 수 있다고 판단되는 지원자를 뽑고 또 경험상 그들이 회사 내에서 역할을 더 잘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 "고객에 신뢰 얻으면 장사꾼, 어기면 사기꾼"

그는 지난해 중국 시안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매달 한 번씩 그곳을 찾아간다. 향후 회사의 외형 성장에서 중국은 중요한 전진 기지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임 대표는 "대표가 해야 할 역할 중 하나가 직원들에게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직접 직원들을 데리고 매달 그곳을 찾아가 회사가 무엇을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RF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경쟁자가 없다고 말하는 그는 업계 선두권 기업이 먼저 해외로 뻗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텔콘은 지난해 직·간접적 수출 총액이 170억원을 돌파했다. 부품 자체를 직접 수출하는 규모는 20억원 가량이고 국내 대기업에 납품해 간접적으로 수출 효과를 내는 규모가 약 150억원이다.

임 대표가 텔콘의 대표로 취임한 뒤 수 백 개의 통신장비 부품업체가 불량률과 소홀한 제품개발 등으로 '줄도산' 하는 사이 이뤄낸 성과라는 게 그의 얘기다.

그는 "회사가 불량품을 팔면 그것은 사기꾼이지 장사꾼이 아니다"라며 "대표인 제가 직접 '보부상'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전세계를 돌아다닌 것이 고개사에서 텔콘을 장사하는 기업으로 인정해준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