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진 악재'엔 반응 안한다…큰손들, 삼성전자 계속 산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예년의 절반 수준인 4조1000억원에 그쳤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1% 가까이 올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수 기조를 이어간 데다 기관도 오래간만에 삼성전자를 사들여서다.

◆영업이익 3조원 보고서가 ‘약’

삼성전자는 7일 전날보다 0.96% 오른 116만2000원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에는 전날보다 3% 이상 급등한 118만6000원까지 주가가 치솟기도 했다. 개장 전 11분기 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대로 추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주가가 거꾸로 움직였다. 이날 기관과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수액은 각각 147억원과 7억원이었다.

전문가들은 영업이익이 3조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 보고서들이 지난주 집중적으로 쏟아지면서 실적 부진 악재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분기 영업이익 4조원을 지켜낸 것을 ‘주가 바닥’ 신호로 해석한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우형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에서 메모리는 당분간 호조가 지속되고 시스템LSI도 적자가 줄어드는 추세”라며 “휴대폰 부진을 다른 사업이 어느 정도 메워주는 모습이 나타나면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4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3분기보다 개선된 4조원대 중반 안팎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4분기엔 반도체에서 2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며 휴대폰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4분기 예상 영업이익으로 4조9000억원을 제시했다. 독립리서치 올라FN의 임홍빈 대표 역시 “삼성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예전만 못하지만 반도체 시장에서의 지위는 여전히 확고하다”며 “반도체가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완충재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꾸준히 삼성전자 사들이는 외국인

그동안 삼성전자의 주가를 지킨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실적 악화 전망이 나오기 시작한 9월에만 7000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원어치 안팎의 주식을 순매도했음을 감안하면 삼성전자는 특별 대우를 받은 셈이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2일을 제외한 3거래일 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드러난 악재에 비해 주가 낙폭이 컸던 점,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재개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 등을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사들이는 이유로 보고 있다.

김지성 노무라증권 아시아 테크놀로지 리서치헤드는 “장기투자 성향의 외국인 중 상당수가 현재의 주가를 절대적으로 싼 수준이라 여기고 있다”며 “120만원대 중반까지는 가격 매력에 이끌려 삼성전자를 사들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꾸준히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숀 코크란 CLSA코리아증권 대표도 “현재의 삼성전자 실적과 주가가 바닥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장기 투자자라면 지금부터 주식을 사 모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외국인과 삼성전자의 밀월 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하지만 실적이 안 좋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이렇다 할 호재가 나오지 않으면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윤정현/허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