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투자 유치·올림픽…지자체장들, 취임 100일 공약 '봇물'
민선 6기 지방정부가 출범한 지 8일로 100일을 맞는다. 각 지방자치단체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6·4 지방선거 당시 내건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잇달아 내놨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진보 성향 교육감은 자율형사립고 폐지, 오전 9시 등교 등의 정책을 강행하면서 교육현장에선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간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예산 고려하지 않은 각종 정책

광역자치단체장들은 7일 일제히 지역 발전을 위한 각종 정책을 발표했다. 정책의 핵심은 기업 및 국제대회 유치 등을 통한 경제 활성화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2028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공식 선언했다. 또 민선 5기 때 무산됐던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구창조경제단지~경북도청 이전 터~경북대 등을 잇는 창조경제벨트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투자 유치 30조원, 수출 700억달러를 핵심 과제로 하는 7대 분야 100대 정책을 확정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자동차산업 밸리 조성을 통해 자동차 관련 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신규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자체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각종 정책을 발표했지만 이에 소요되는 구체적인 예산은 밝히지 않았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6·4 지방선거 때 현 지자체장들이 내놓은 공약 실천 비용은 경기 울산 세종을 제외하고 220조6692억원에 달한다.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의 연간 예산은 150조원 수준이다. 하지만 안전과 복지 등 매년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예산 및 중앙정부 매칭 사업을 제외하면 지자체가 별도 사업에 쓸 수 있는 돈은 많지 않다. 17개 광역자치단체의 연간 가용 예산은 5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민선 6기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벌써부터 공약을 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혼돈의 지방 교육현장

교육현장은 6·4 지방선거 직후부터 지금까지 갈등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체 17개 지자체 중 14곳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교육 정책이 바뀌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자율형사립고와 고교선택제 폐지 등의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학부모 및 교육단체와 대립하고 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교사와 학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초·중·고교 오전 9시 등교를 강행했다. 오전 9시 등교는 진보 교육감이 있는 지역으로 확산될 전망이어서 교육현장의 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예산 놓고 정부와 힘겨루기

민선 5기에 이어 계속되는 중앙정부와의 갈등도 지자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난달 3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과중한 복지비용으로 지방정부가 파산할 위기에 처했다며 중앙정부의 국비 지원을 촉구했다. 지자체들은 “현 상황이 계속되면 복지비 지급을 감당할 수 없는 ‘복지디폴트(지급불능)’가 불가피하다”며 “무상보육과 기초연금에 대한 국비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지자체들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양측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도 누리과정 예산 중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내년도 전체 누리과정 예산 3조9284억원 중 어린이집 예산에 해당하는 2조1429억원의 예산 편성을 거부하기로 한 것이다. 협의회는 “재정 여건을 고려해 누리과정 등 정부시책사업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강경민/정태웅 기자/전국팀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