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무슨 내용입니까? 왜 하나요? 좋아지는 건요? 비용은? 해결방법은 뭐죠?…"5단계로 질문하세요, 모든 게 술술 풀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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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오피스 - '해결사' 서종대 한국감정원장CEO
“무슨 내용입니까? 왜 하는 건가요? 좋아지는 건 뭡니까?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문제 해결 방법은 무엇인가요?”
서종대 한국감정원장(54)이 직원 업무보고를 받을 때 습관처럼 던지는 5단계 질문이다. 명쾌한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업무 추진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지난 3월 서 원장이 취임한 후 감정원 간부들은 서 원장의 질문 공세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대구혁신도시 감정원 사옥 곳곳이 밤 늦도록 불을 밝히고 있는 것도 직원들이 5단계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야간 근무를 이어간 때문이다. 요즘 업계에서 감정원에 감정평가 등의 일을 맡기면 걱정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질문 경영’이 불러온 효과다.
집값이 급등하던 2007년, 서 원장이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주거복지본부장 시절에 마련한 ‘분양가 상한제’도 이런 질문법에서 나왔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수천만원 뛰던 시절입니다. ‘어떻게 하면 무주택 서민들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5단계 질문 끝에 새 아파트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2011년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을 시작으로 공기관 두 곳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서 원장은 “질문은 CEO의 ‘최고 무기’”라고 했다. 질문의 목적은 해당 업무를 잘 모르거나 알면서도 부하 직원을 시험하기 위해, 혹은 조직에 긴장감을 주는 것 등 다양하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질문을 많이 던져야 고민이 깊어지고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게 서 원장의 지론이다.
공무원 시절 얻은 별명 ‘해결사’
서 원장과 함께 일해 본 국토부 공무원들은 그를 ‘해결사’라고 부른다.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낸 뒤 거침없이 밀어붙여 성과로 연결시키는 추진력 때문이다. 서 원장이 노무현 정부에 이어 여야가 뒤바뀐 이명박 정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것도 그의 이런 업무 스타일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서 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부터 건교부 주택국장과 주거복지본부장을 지내며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을 주도했다. 당시 “투기에 가담하면 낭패를 볼 것”이라는 직설 화법으로도 유명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2008년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건설청 차장에 이어 총리실에서 세종시 밑그림을 수정하는 업무를 맡았다. 후배 공무원들은 ‘불도저’ 서 원장의 업무 장악력에 꼼짝 못했다. 서 원장이 물어보는 질문 하나하나에 답하는 게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때로는 독불장군식으로 업무를 추진하지만 합리적인 근거를 대고 동참도 유도한다.
국내 주택시장은 수요가 탄탄한 만큼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과 다르다는 게 주택정책 전문가인 서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1979~1992년 출생한 ‘에코세대’의 맏형뻘인 1979년생들이 결혼과 함께 내 집 마련에 나섰고, 막내인 1992년생들은 원룸을 계약하고 있는 등 앞으로 13년가량의 신규 수요가 주택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후 대비 은퇴자와 늘어나는 국내 거주 외국인 등도 주요 수요기반이라고 덧붙였다.
‘인생 2막’은 공기업 수장으로
국토부 공무원으로 잘나가던 서 원장은 2010년 9월 사직서를 썼다. 21세 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29년 만이었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데 따른 책임을 진 것이다. 50세라는 다소 이른 나이에 공직 마감을 결심했으니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년 만에 오뚝이처럼 주택금융공사 사장으로 공공업무에 복귀했다.
주택금융공사 사장을 맡아서는 가계부채 해결에 나섰다. 변동금리 일시상환 위주의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장기 고정금리 분할상환 구조로 바꾼 ‘적격대출’과 제2금융권에서 전세대출을 받은 서민들이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징검다리 전세보증’ 등 신상품을 내놓았다. 이름도 생소하던 주택금융공사를 단숨에 ‘무주택 서민 도우미’로 탈바꿈시켰다. 덕분에 2008년 17조3000억원이던 주택금융공사의 주택금융 실적이 2012년에는 65조90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기관장 평가에서 모두 A를 받는 진기록도 세웠다.
야인에서 공기업 대표로 복귀하면서 세 가지를 깨달았다고 했다. 빨리 성과를 이루려는 조급함과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서 원장은 “무엇이 되겠다는 조급함 대신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스스로 내린 결론”이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필수”라고 강조했다.
감정원을 ‘부동산 안심 거래 도우미’로
감정원장 취임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당시 감정원은 감정평가 시장의 ‘심판’인 동시에 ‘선수’여서 공공성을 찾기 어려웠다. 서 원장은 먼저 직원 교육에 나섰다. 매주 월요일 간부회의 내용을 녹취해 사내 게시판에 올려놨다. 모든 직원들이 원장의 지시 사항과 원내 이슈를 알게 되면서 조직의 정체성과 방향이 자연스럽게 정립됐다.
감정평가의 핵심인 공시지가는 서 원장이 국토부 사무관 시절인 1989년 만든 제도였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감정평가사의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 1·2기 신도시와 택지지구 개발 과정에서 쌓은 수많은 보상·담보 평가 데이터베이스(DB)와 정보기술(IT) 활용은 다른 나라 얘기였다. 서 원장은 IT를 활용한 첨단 조사기기 개발을 추진했다. 길 찾기 내비게이션과 카메라는 물론 해당 토지의 지목과 과거 표준지 공시지가 등을 담은 ‘모바일 현장조사 시스템’이다. 평가자의 발걸음을 따라 토지 정보가 자동으로 제공돼 평가 정확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조사 시간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서 원장은 “최근 경북 칠곡군에서 새 시스템을 써보니 예전에 20필지를 조사하는 시간에 100필지까지 가능했다”며 “논에서 밭으로 바뀐 지 수년이 지났는데도 틀리게 조사한 사례도 모두 수정했다”고 했다.
서 원장 취임 후 감정원의 역할과 위상도 높아졌다. 최근 각종 문제점이 잇따라 드러난 아파트 관리비 정보인 ‘K-Apt(공동주택관리정보)’와 부동산 거래가격 정보인 ‘RTMS(부동산실거래가정보관리시스템)’를 각각 한국주택관리사협회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넘겨 받았다. 시스템을 개선하고 정확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 원장의 목표는 명확하다. 감정원의 정확한 정보를 활용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부동산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주택금융공사 사장 시절 ‘월세 사는 사람을 전세 살게 해주고, 전세 사는 사람은 집 사게 해주는 것이 내 목표’라고 시원스레 답했던 서 원장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부동산 정보 분석기관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서 원장의 행보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서종대 원장 프로필
△1960 년 전남 순천 출생 △1978년 순천고 졸업 △1981년 제25회 행정고시 합격 △1983년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1995년 청와대 경쟁력기획단 SOC과장 △1997년 필리핀 한국대사관 1등 서기관 △2005년 건설교통부 주택국장 △2007년 건설교통부 주거복지본부장 △2008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 △2009년 국무총리실 세종시기획단 부단장 △2010년 KAIST 건설환경공학과 초빙교수 △2011년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2014년 3월~한국감정원장
김보형/김진수 기자 kph21c@hankyung.com
서종대 한국감정원장(54)이 직원 업무보고를 받을 때 습관처럼 던지는 5단계 질문이다. 명쾌한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업무 추진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지난 3월 서 원장이 취임한 후 감정원 간부들은 서 원장의 질문 공세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대구혁신도시 감정원 사옥 곳곳이 밤 늦도록 불을 밝히고 있는 것도 직원들이 5단계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야간 근무를 이어간 때문이다. 요즘 업계에서 감정원에 감정평가 등의 일을 맡기면 걱정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질문 경영’이 불러온 효과다.
집값이 급등하던 2007년, 서 원장이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주거복지본부장 시절에 마련한 ‘분양가 상한제’도 이런 질문법에서 나왔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수천만원 뛰던 시절입니다. ‘어떻게 하면 무주택 서민들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5단계 질문 끝에 새 아파트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2011년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을 시작으로 공기관 두 곳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서 원장은 “질문은 CEO의 ‘최고 무기’”라고 했다. 질문의 목적은 해당 업무를 잘 모르거나 알면서도 부하 직원을 시험하기 위해, 혹은 조직에 긴장감을 주는 것 등 다양하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질문을 많이 던져야 고민이 깊어지고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게 서 원장의 지론이다.
공무원 시절 얻은 별명 ‘해결사’
서 원장과 함께 일해 본 국토부 공무원들은 그를 ‘해결사’라고 부른다.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낸 뒤 거침없이 밀어붙여 성과로 연결시키는 추진력 때문이다. 서 원장이 노무현 정부에 이어 여야가 뒤바뀐 이명박 정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것도 그의 이런 업무 스타일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서 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부터 건교부 주택국장과 주거복지본부장을 지내며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을 주도했다. 당시 “투기에 가담하면 낭패를 볼 것”이라는 직설 화법으로도 유명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2008년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건설청 차장에 이어 총리실에서 세종시 밑그림을 수정하는 업무를 맡았다. 후배 공무원들은 ‘불도저’ 서 원장의 업무 장악력에 꼼짝 못했다. 서 원장이 물어보는 질문 하나하나에 답하는 게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때로는 독불장군식으로 업무를 추진하지만 합리적인 근거를 대고 동참도 유도한다.
국내 주택시장은 수요가 탄탄한 만큼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과 다르다는 게 주택정책 전문가인 서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1979~1992년 출생한 ‘에코세대’의 맏형뻘인 1979년생들이 결혼과 함께 내 집 마련에 나섰고, 막내인 1992년생들은 원룸을 계약하고 있는 등 앞으로 13년가량의 신규 수요가 주택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후 대비 은퇴자와 늘어나는 국내 거주 외국인 등도 주요 수요기반이라고 덧붙였다.
‘인생 2막’은 공기업 수장으로
국토부 공무원으로 잘나가던 서 원장은 2010년 9월 사직서를 썼다. 21세 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29년 만이었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데 따른 책임을 진 것이다. 50세라는 다소 이른 나이에 공직 마감을 결심했으니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년 만에 오뚝이처럼 주택금융공사 사장으로 공공업무에 복귀했다.
주택금융공사 사장을 맡아서는 가계부채 해결에 나섰다. 변동금리 일시상환 위주의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장기 고정금리 분할상환 구조로 바꾼 ‘적격대출’과 제2금융권에서 전세대출을 받은 서민들이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징검다리 전세보증’ 등 신상품을 내놓았다. 이름도 생소하던 주택금융공사를 단숨에 ‘무주택 서민 도우미’로 탈바꿈시켰다. 덕분에 2008년 17조3000억원이던 주택금융공사의 주택금융 실적이 2012년에는 65조90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기관장 평가에서 모두 A를 받는 진기록도 세웠다.
야인에서 공기업 대표로 복귀하면서 세 가지를 깨달았다고 했다. 빨리 성과를 이루려는 조급함과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서 원장은 “무엇이 되겠다는 조급함 대신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스스로 내린 결론”이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필수”라고 강조했다.
감정원을 ‘부동산 안심 거래 도우미’로
감정원장 취임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당시 감정원은 감정평가 시장의 ‘심판’인 동시에 ‘선수’여서 공공성을 찾기 어려웠다. 서 원장은 먼저 직원 교육에 나섰다. 매주 월요일 간부회의 내용을 녹취해 사내 게시판에 올려놨다. 모든 직원들이 원장의 지시 사항과 원내 이슈를 알게 되면서 조직의 정체성과 방향이 자연스럽게 정립됐다.
감정평가의 핵심인 공시지가는 서 원장이 국토부 사무관 시절인 1989년 만든 제도였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감정평가사의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 1·2기 신도시와 택지지구 개발 과정에서 쌓은 수많은 보상·담보 평가 데이터베이스(DB)와 정보기술(IT) 활용은 다른 나라 얘기였다. 서 원장은 IT를 활용한 첨단 조사기기 개발을 추진했다. 길 찾기 내비게이션과 카메라는 물론 해당 토지의 지목과 과거 표준지 공시지가 등을 담은 ‘모바일 현장조사 시스템’이다. 평가자의 발걸음을 따라 토지 정보가 자동으로 제공돼 평가 정확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조사 시간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서 원장은 “최근 경북 칠곡군에서 새 시스템을 써보니 예전에 20필지를 조사하는 시간에 100필지까지 가능했다”며 “논에서 밭으로 바뀐 지 수년이 지났는데도 틀리게 조사한 사례도 모두 수정했다”고 했다.
서 원장 취임 후 감정원의 역할과 위상도 높아졌다. 최근 각종 문제점이 잇따라 드러난 아파트 관리비 정보인 ‘K-Apt(공동주택관리정보)’와 부동산 거래가격 정보인 ‘RTMS(부동산실거래가정보관리시스템)’를 각각 한국주택관리사협회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넘겨 받았다. 시스템을 개선하고 정확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 원장의 목표는 명확하다. 감정원의 정확한 정보를 활용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부동산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주택금융공사 사장 시절 ‘월세 사는 사람을 전세 살게 해주고, 전세 사는 사람은 집 사게 해주는 것이 내 목표’라고 시원스레 답했던 서 원장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부동산 정보 분석기관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서 원장의 행보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서종대 원장 프로필
△1960 년 전남 순천 출생 △1978년 순천고 졸업 △1981년 제25회 행정고시 합격 △1983년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1995년 청와대 경쟁력기획단 SOC과장 △1997년 필리핀 한국대사관 1등 서기관 △2005년 건설교통부 주택국장 △2007년 건설교통부 주거복지본부장 △2008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 △2009년 국무총리실 세종시기획단 부단장 △2010년 KAIST 건설환경공학과 초빙교수 △2011년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2014년 3월~한국감정원장
김보형/김진수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