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治…官治…勞治…KB회장 선출  또 혼탁?
김옥찬 전 국민은행 행장대행(58)이 7일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사퇴 의사를 전달하고 경선을 포기했다. 후보 8명 중 유일한 순수 KB금융 내부 출신인 김 전 대행의 중도 포기를 계기로 혼탁상이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政), 관(官), 노(勞)가 각자 이해관계에 맞는 후보를 회장으로 선출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일부 후보는 정치권의 힘을 등에 업고 뛰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출신 지역이나 학교 등을 배경으로 정치권의 힘을 빌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 기여해 현 정권과 특수 관계로 알려진 후보가 최종 회장 후보로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른바 ‘모피아’로 통칭되는 관료그룹이 이에 대항해 일부 후보를 밀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KB사태’에 크게 덴 탓에 회장 선출 과정에 개입하지 않으려 했던 금융당국이 뒤늦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회장이 선출될 경우 금융당국이 KB금융을 ‘관리’하기가 어려워지는 점을 우려해서다.

노조도 변수다. 국민은행 노조가 특정 후보를 미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외부 출신 후보는 아예 배제하라는 게 노조의 공식적인 요구다. 노조가 회추위 위원들을 만나 내부 출신 중용을 요구한 것이 사실상 ‘경영권 개입’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번 회장 선출도 결국 ‘정치’와 ‘관치’의 대결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후보들은 상대 후보를 흠집 내 자신이 회장이 돼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외부 출신 후보 측은 내부 출신 후보가 회장이 되면 옛 국민은행(1채널)과 주택은행(2채널) 간 이른바 ‘채널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며 ‘내부 한계론’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내부 출신 후보들은 외부 출신은 KB금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회장이 될 경우 조직 안정화는커녕 ‘제2의 KB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역대 KB금융 CEO가 모두 외부 낙하산이었다는 점도 ‘외부 불가론’의 주요 이유다.

김일규/장창민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