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망명지'로 주목받는 텔레그램…카톡과 비교해 보니 텔레그램도 서버에 대화 저장…완벽 보안 안돼
‘카카오톡 검열’ 논란으로 주목받은 외국계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의 공식 한글판이 나왔다. 텔레그램은 7일 트위터를 통해 한국어를 지원하는 업데이트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공식 한글판 출시로 정부의 검열 가능성을 피해 카카오톡 대신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사이버 망명’이 가속화될지 주목된다.

◆1주일 새 국내 150만명 가입

텔레그램은 한국에서 지난 한 주 동안 약 150만명이 신규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의 가입자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지난달 18일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신설하고 모바일 메신저 검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다. 이후 페이스북 등을 중심으로 ‘수사기관이 나와 지인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들여다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번졌다. 보안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텔레그램은 러시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브콘닥테’를 설립한 개발자 파벨·니콜라이 두로프 형제가 러시아 당국의 검열에 반발해 독일에서 만든 비영리 모바일 메신저다. 모든 개발자가 자유롭게 애플리케이션을 수정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프로토콜과 API, 소스코드를 공개하고 있다. 메시지가 저장되는 서버가 국내에 있지 않은 데다 모든 메시지를 암호화한다고 알려져 한국 이용자들 사이에선 검열을 피할 수 있는 ‘안전지대’로 인식됐다.

◆텔레그램도 서버에 대화 저장

텔레그램이 ‘우수한 보안’을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들만의 암호화 방식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텔레그램의 암호를 푸는 사람에게 상금 20만달러(약 2억원)를 내걸었지만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과연 텔레그램의 보안은 완벽할까. 스마트폰 악성코드 중에는 작동 중인 스마트폰 화면을 PC에 띄워 훔쳐볼 수 있는 ‘미러링’ 기능을 갖춘 것들이 있다. 메시지를 암호화해서 전달한다고 하지만 화면 자체를 엿보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게다가 텔레그램도 비밀대화가 아닌 일반대화는 암호화된 형태이긴 하지만 서버에 저장된다. 서버가 있는 독일의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들고 와 대화 내용을 요구하면 암호를 풀어 제공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톡의 보안 기술이 텔레그램에 비해 특별히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 카카오톡도 메시지 전송과정을 암호화하고 있고, 높은 수준의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 대화 내용 저장 기간을 최대 7일에서 3일로 단축하고, 대화 내용 삭제 기능 등 사생활 모드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에서 영장을 발부받는 데 평균 2~3일 걸리는 것을 고려해 정부의 검열 가능성을 최소화한 것이다.

◆보안기술 아닌 정부 신뢰의 문제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의 핵심이 보안 기술이 아닌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카카오톡이 서버 저장 기간을 줄인다고 해도 사안에 따라 영장 발부에 걸리는 시간은 몇 시간에 그칠 수도 있다. 카카오톡뿐만 아니라 모든 정보기술(IT) 업체는 수사기관이 영장을 제시할 경우 서비스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넘겨주게 돼 있다. 이는 텔레그램이 서버를 두고 있는 독일도 마찬가지다. 결국 메신저 이용자들이 정부의 무분별한 검열 가능성을 의심하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현재 텔레그램 열풍은 보안기술이 아닌 정부 신뢰 부족이 원인”이라며 “정부의 부적절한 정책과 발언으로 국내 모바일 메신저 업체가 피해를 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