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 자신감 주가 끌어올렸다
지난달 30일 김길출 한국주철관공업 회장이 한국주철관 주식 35만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날 주가는 5360원. 지난해 말 대비 47% 높은 가격이었다. 지난달 중순 고(故)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는 자사주 2만6000주를 매입했다. 당시 세아홀딩스 주가는 올 들어 87% 올라 17만원대 초반이었다. 지난 6일 이 상무는 주당 17만9269원을 주고 1만5000주를 추가로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주가가 심하게 떨어지면 대주주 일가나 회사 임원들이 나서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는 것은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저가 매수의 기회이자 주가 부양과 책임경영 홍보 차원에서다.

그러나 김 회장과 이 상무는 이미 크게 오른 주식을 ‘고가 매수’했다. 회사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으로 주가도 더 오를 것이라는 대주주의 확신을 반영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두 종목은 최근 급락장에서도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달 이후 한국주철관공업은 11.8%, 세아홀딩스는 7.3% 올랐다. 한국주철관공업은 지분 51.95%를 보유한 화장품 자회사 엔프라니의 중국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가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오진원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세아홀딩스는 주력회사인 세아베스틸과 특수강의 안정적인 실적 흐름이 돋보인다”며 “올해 부실 자회사인 드림라인도 종속기업에서 제외돼 실적 개선이 뚜렷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조카 김호랑 씨가 주식을 매입하고 있는 동원시스템즈도 비슷한 경우다. 김씨가 처음 주식을 매입한 지난 8월 이미 동원시스템즈의 주가는 올 들어 60% 오른 상태였다. 이후 네 차례 추가 매수했고 현재 주가는 당시보다 56% 더 뛰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주주 일가의 매수가 투자자들에게 실적과 성장성에 대한 믿음을 줘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