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로 촉발된 유로존 경기침체에 이어 세 번째 경기침체에 맞닥뜨렸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 독일의 경제지표 악화도 이 같은 비관적 전망에 불을 붙이고 있다.

가까스로 회복 조짐을 보이던 유로존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는 급락하고 안전자산인 미 국채 가격은 뛰었다. 유로존의 경기둔화가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미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獨 제조업 곤두박질…IMF "유로존 경제, 세번째 침체 우려"
○“유로존, 침체 가능성 40% 육박”

국제통화기금(IMF)은 7일(현지시간) 세계전망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6개월 안에 유로존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38%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발표 때보다 침체 가능성이 두 배가량 높아졌다. 유로존이 디플레이션(장기 물가하락)에 빠질 가능성도 30%에 이른다는 게 IMF의 진단이다.

IMF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어 세계적으로 역사적 평균치에 못 미치는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며 “지역별 경제 회복세 역시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제가 여전히 신흥국 성장세에 의존하는 가운데 유로존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IMF 발표 영향으로 이날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1.60%, S&P500지수는 1.51%, 나스닥지수는 1.56% 급락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의 유럽 주요 증시도 IMF 발표 악재와 에볼라 확산 우려로 8일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면 안전자산인 10년 만기 미 국채 가격은 올랐다.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금리는 연 2.340%로 전날보다 0.081%포인트 낮아졌다.

○‘성장 엔진’ 꺼진 독일

IMF의 발표 직후 나온 독일 경제지표 악화는 유로존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증폭시켰다. 독일 경제부는 이날 지난 8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4%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1.5% 줄 것이라고 봤던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감소 폭도 2009년 1월 이후 5년7개월 만에 최대로 집계됐다.

독일은 제조, 건축, 에너지 부문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성장률 둔화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러시아의 경제 제재 등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랄프 솔벤 코메르츠방크 리서치 부문 대표는 “신규 주문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어 4분기에도 경제와 제조업이 부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8월 독일의 투자재 생산은 8.8% 곤두박질쳤다. 앞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갖기 어렵다는 얘기다. 투자재 생산은 기업 설비투자의 선행지표로 사용된다.

마켓워치는 “유로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8% 이상을 차지하는 독일이 잇따라 악화된 경제지표를 내놓고 있다”며 “독일이 3분기에도 제로 성장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유로존에 대한 비관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앙겔라 메르켈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세금 감면과 투자 확대 계획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