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환수 국세청장이 8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임환수 국세청장이 8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표창과 각종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3년간의 세무조사 유예기간 이후 탈루혐의 등으로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세청의 세무조사 강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는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모범납세자의 탈세가 적발될 경우 가중 처벌하는 한편 고소득자의 금융거래 정보 등을 활용해 탈세 감시도 강화하기로 했다.

○모범납세자 기준 강화한다

해마다 1천억 탈세한 '모범납세자'들
8일 서울 수송동 국세청 청사에서 열린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심재철(새누리당), 김영록(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세청 자료를 토대로 2009년 이후 모범납세자 탈세 현황을 공개했다. 모범납세자는 3년간 세무조사 유예, 금융수수료 면제, 대출금리 인하, 세무서 전용창구 사용 등 각종 사회적·경제적 혜택을 받는다. 모범납세자로 이런 혜택을 받아놓고 세무조사가 유예된다는 점을 악용해 탈세를 저질렀다는 얘기가 된다.

이날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549명 중 22명이 탈세혐의로 조사를 받아 925억원을 추징당했다. 2010년에 선정된 546명 가운데는 27명이 탈세 등으로 947억원을, 2011년에는 526명 중 14명이 797억원을 추징당했다. 3년간 세무조사가 유예되기 때문에 2012년 이후는 본격적인 세무조사가 아직 시작되지 않아 수치가 집계되지 않았다.

심 의원은 “영화배우 송혜교 씨와 같이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이후 3년간 세무조사를 받지 않는 점을 악용해 탈세를 저지르는 사례가 빈번한 만큼 국세청은 모범납세자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모범납세자 선정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과 선정된 이후 탈세 등이 적발될 경우 자격을 취소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FIU 정보로 탈세 추적

이날 국세청이 박덕흠 의원(새누리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해 실시한 연도별 세무조사 결과 자영업자의 소득적출률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소득적출률은 실제 소득 중 신고하지 않고 누락된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 비중이 높을수록 소득을 실제보다 적게 신고하고 탈세를 많이 한다는 의미다.

2009년 37.5%였던 소득적출률은 2010년 39.1%, 작년에는 47.0%까지 높아졌다. 박 의원은 “국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조하며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있지만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탈세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근로장려금 부정 수급자도 급증하고 있다. 국세청이 이한구 의원(새누리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장려금 부정수급 가구는 8112가구, 금액은 60억원으로 전년도의 2305가구, 15억원에 비해 각각 3.5배, 4배 증가했다.

이 의원은 “내년부터는 근로자에 비해 소득 파악이 훨씬 어려운 자영업자로 근로장려금 제도가 확대되는 만큼 부정수급자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미리 제도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임 청장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고액현금 거래 자료 등을 더욱 폭넓게 활용해 소득 탈루를 더욱 정교하게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올 상반기 FIU 자료를 이용한 세무조사 건수는 3829건으로 작년 전체 조사 건수(555건)의 7배에 달했다. 작년 한 해 3671억원이던 추징세액이 올해는 상반기에만 9423억원에 달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