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할 따름입니다. 노동 현안은 산적해 있는 데다 국정감사도 시작됐는데 아직 회장 자리가 비어있으니….”

노동 현안 쌓여가는데 경총회장 8개월째 빈자리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고위 관계자는 8일 협회 내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경총은 지난 2월27일 이희범 전 회장이 물러난 이후 8개월째 후임 회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자원자가 없는 가운데 경총 부회장단이 추대하려는 후보자들은 모두 손사래를 치고 있어서다. 노동 현안에 대한 재계 창구역할을 해야 할 경총 회장의 장기 공백에 재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경총 회장 자리는 8개월째 공석이다. 지난 2월 이 전 회장이 물러난 이후 김영배 부회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은 가운데 새 회장 추대 작업을 벌여왔지만 소득이 없는 상태다. 회장추천위원회는 경총 부회장단 22명 중 이웅열 코오롱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등을 후보자로 꼽았지만 모두 고사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나 무역협회장과 달리 경총 회장은 노사 갈등이 심한 노동계 현안을 다뤄야 하는 자리여서 아무도 맡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경총 관계자는 “8개월째 후임자를 찾고 있지만 당사자들이 모두 고사했다”며 “이제 추가로 후보자를 물색하는 것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재계에선 경총 회장 선출작업이 1년 이상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45년 경총 역사에서 회장 공백기가 있었던 적은 두 차례(1997년, 2003년)였다.

경총 회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노동 현안에 대한 재계 차원의 대응력도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당장 국정감사 대응력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7~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지만, 경총은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회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국감 이후 연말까지 국회에서 논의할 각종 노동 현안에 대한 대응력도 급격히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야는 12월9일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범위 확정 △정년 60세 도입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경영상 해고요건 강화 등의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A그룹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회장 직무대행 체제로는 경총에 어떤 역할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