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일본에서 3명의 노벨상(물리학상) 수상자가 나왔다. 이로써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가 기초과학 분야 19명을 포함, 총 22명(미국 국적자 2명 포함)으로 늘었다. 한국과는 너무 대조된다. 정치인들이 받는 평화상을 빼고 순수학문 분야 수상자만 따지면 한국 0 대 일본 21이다. 한국인 한두 명이 수십 명 후보자 명단에 들기만 해도 감지덕지다.

그런데도 우리 내부에선 R&D 지표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자화자찬이 요란하다. GDP 대비 국가 R&D 투자액 비중(세계 1위), 연구원 1인당 공동특허건수(세계 2위) 등을 토대로 과학기술 경쟁력이 OECD 8위라고 자평하는 식이다. 노벨상이 전부는 아니더라도, 이미 한 명이라도 수상자를 낸 나라가 70여개국이다. 중국도 7명이나 된다.

더구나 이번에 일본이 노벨상을 받은 LED(발광다이오드)는 우리와 가까운 분야다. 자동차, 휴대전화, TV 등에 폭넓게 쓰인다. 공동수상자의 한 명인 나카무라 슈지 교수는 2010년부터 국내 LED 전문 제조업체인 서울반도체 기술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LED 조명은 2011년부터 중소기업적합업종에 묶여 있다.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인데도 대기업은 막혀 있다. 참 코미디다. 그 결과 필립스 오스람 등이 국내 시장을 60% 넘게 장악하고 말았다. 중국 1위 LED 업체까지 들어왔다.

경제민주화니 상생이니 소동을 벌이는 사이에 산업이 무너지고 기술이 후퇴하고 있다. 온 나라가 정치에 빠지고 정치꾼을 떠받드는 형국이니 자칭타칭 영웅호걸들만 득실거린다. 기초과학과 순수학문을 묵묵히 파고드는 연구자를 무시하고 실질을 숭상하는 생활, 검박한 생활이 폄훼된다. 사회는 붕붕 떠 있고 정치꾼들만 제 세상을 만났다. 지력이 부족한데 국력이 커지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