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창조경제혁신센터 성공의 세 가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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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한국 불씨 될 거점 창업센터
당장의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끈질긴 파트너십으로 뒷받침해야"
문형구 < 고려대 경영학 교수 hkmoon@korea.ac.kr >
당장의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끈질긴 파트너십으로 뒷받침해야"
문형구 < 고려대 경영학 교수 hkmoon@korea.ac.kr >
![[시론] 창조경제혁신센터 성공의 세 가지 조건](https://img.hankyung.com/photo/201410/AA.9161140.1.jpg)
정부는 작년 개설한 온라인 창조경제타운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하고, 대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창조경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사업가, 정부, 지방자치단체, 연구소, 대기업이 머리를 맞대게 해 미래의 창조한국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표적 대기업들이 전국 17개 거점도시를 하나씩 맡아 창업센터를 만들기로 하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00년도 즈음의 벤처 열풍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고, 창조적 생태계 조성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현실이고 보면 이번 시도의 성공 여부가 크게 주목된다.
이 프로젝트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대기업이 참여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 정책에 그저 따라간다는 소극적 자세로는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없다. 벤처기업의 성공에 힘을 모으기보다 사회가 요구하는 바에 어느 정도 생색을 냈다는 자세여서도 곤란하다. 한국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로서의 도덕적 의무감도 필요하다. 참여 대기업도 초반에는 새로운 생각을 가진 작은 기업으로 출발했을 것이다. 한국 기업 중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도 1969년 창업 시에는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기업이었을 뿐이다. 여러 주변 사람들의 협력에 힘입어 성공한 형(兄)과 같은 심정으로 뒤따라오는 창업기업을 도와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둘째, 벤처 혹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과 한국 사회 전체에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온 사회가 한목소리로 외쳐 온 상생과 시너지를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기술력과 경영능력을 쌓아 온 대기업이 멘토로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업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혁신가의 관점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바라는 바를 묵묵히 지원하며 결정적인 순간에만 코칭을 하는 그런 멘토가 돼야 한다. 최근 상당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SK텔레콤의 ‘브라보 리스타트’ 프로젝트와 같은 사례가 나와야 한다.
셋째, 창조경제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벤처 사업가들은 대기업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으면 손쉽게 아이디어가 실현되고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안이한 사고에 빠져서는 안 된다. 창조적 아이디어의 실현은 무한한 고통과 인내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여 기업도 벤처 사업가로부터 빠른 시간 안에 이익을 공유하겠다는 조바심을 버려야 할 것이다. 짧은 시간 내에 만들어지는 ‘대박’은 신기루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더 주의해야 할 점은 정부의 태도와 기대라 할 수 있다. 지금 정권이 끝나기 전에 혹은 높은 분들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분명한 결실을 보려고 안달해서는 안 된다. 창조경제는 대단히 불확실한 노력이다. 기계로 찍어 내듯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려면 우리 사회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진심 어리고 끈질긴 파트너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문형구 < 고려대 경영학 교수 hkmoon@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