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지적하고 충고해도 그대로다. 5개월간 놀고먹던 국회가 국정감사를 한다며 겨우 문은 열었지만 국감병(病)만 그대로 도졌다. 어제까지 국감 파행 이틀째인 환경노동위는 그중 압권이다. 막말, 호통, 고성은 그대로라 치자. 일부 야당 의원들을 보면 국정을 감사하겠다는 것인지, 기업인을 불러 감사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국회의 국정감사권은 행정부와 사법 행정에 대한 감시 활동이다. 대한민국 정부 기관과 그 행정 업무에 대한 감사다. 민간에서의 오류나 부정은 검·경을 비롯한 다기다양한 행정관청에서 상응하는 처벌을 내린다. 사법부도 있다. 국회의 입법권은 그런 다양한 정부 활동의 잣대를 만드는 것이다. 입법·사법·행정은 그렇게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이룬다. 그래도 애매한 영역에서는 쟁송 제도도 있다. 국회가 민간 기업인을 줄줄이 불러 호통치는 것은 입법부가 사법부 역할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꼴사나운 원님재판의 재연이다.

말 그대로 국정감사여야 한다. 환노위가 증인석에 세우겠다는 36명 중 23명이 기업인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을 불러내기에 앞서 환경부와 고용부를 상대로 질의든 추궁이든 필요한 감사를 하면 된다. 증인 문제로 여야가 협상, 정회, 비난성명전을 이어가느라 첫날 12시간 동안 환노위에서 정책질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날 장관 이하 환경부 공무원들은 종일 질의를 기다리느라 지루하기는 했지만 속으로는 쓴웃음을 날렸을 것이다. 노사갈등은 법대로 처리하면 그만인 것이다. 의원들이 혹시 입법자료가 필요하다면 경총도 있고 기업에서는 실무 전문가를 부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골목의 완장, 슈퍼 갑질일 뿐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은밀한 민원이라도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