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창간 50주년] "혁신과 脫정치로 일류국가 속도 내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경제 대도약 - 5만달러 시대 열자
국내 주요 경제연구원장들의 제언
"세상 바꾸는 제품·서비스로 저성장 탈출"
"오르막선 페달 더 세게…中이 따라올 수 없는 고부가 산업 키워야"
국내 주요 경제연구원장들의 제언
"세상 바꾸는 제품·서비스로 저성장 탈출"
"오르막선 페달 더 세게…中이 따라올 수 없는 고부가 산업 키워야"
‘혁신과 탈(脫)정치.’
한국이 이른 시일 내에 국민소득 5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한 핵심 열쇠로 국내 주요 경제연구원장이 제시한 단어들이다. 기업들은 세상에 없는 초일류 제품, 서비스를 내놓고 정치권과 정부는 전면적으로 기업 자유를 허용하고 규제를 풀어야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대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5만달러 달성은 이 같은 노력의 결과물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오는 12일 창간 50주년을 맞는 한국경제신문은 최근 ‘경제 대도약’을 선언한 직후 국내 대표 경제연구원장들과 긴급 인터뷰에 나섰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은 “한국 경제는 일류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이류 중진국에 머물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한 뒤 “고성장에 대한 국민의 총화를 모아 반드시 일류국가 반열에 올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저출산과 잠재성장률 하락 등 갖가지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선 변화와 혁신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선진국은 많지만 국민소득 5만달러에 입성한 국가는 몇 안 된다. 이들의 경쟁력은 과거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세상을 바꾸는 혁신적 역량에서 나왔다. 경제연구원 수장들은 그 해답을 기업에서 찾았다. 투자와 고용, 혁신을 이끄는 기업이 100년, 200년 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관건이라는 조언이다.
원장들은 또 “국민들이 정치논리와 이해단체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펼쳐야 한다”며 서비스업 등의 전면적인 규제개혁을 강조했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한국 경제는 내년이나 내후년에 국민소득 3만달러에 진입하겠지만 이 정도로는 수많은 ‘이류 선진국’에 그친다. 국민소득 5만달러는 이를 넘어 ‘일류 선진국’이 된다는 의미다.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세계에 공급할 수 있는 국가다. 한국도 지난 30여년간 제조업에서 지치지 않는 혁신을 통해 일류 제품을 만들어냈다. 우리 후손을 위해서도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
오르막을 갈 때 자전거 페달을 더 빨리 밟지 않으면 멈춰 선다. 게다가 한국은 저출산 등 난관에 부딪혀있다. 지금의 중국과 경쟁할 것이 아니라 10년 뒤 중국이 가려는 길을 선점해야 한다. 한국은 지식 축적, 집중력, 무엇보다 지금까지 이뤄온 혁신의 경험과 자신감이 있다.
내수와 서비스를 함께 키워야 한다. 정치논리와 감정에 얽매여 이들 분야의 규제개혁은 늘 용두사미가 되곤 했다. 보호주의와 독점이 판치는 시장에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당당하게 자랄 수 없다.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려면 경쟁을 경쟁답게 만들어야 한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국민소득 5만달러를 이룩하기 위해선 경제 성장의 주체가 기업이라는 데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게 시급하다. 기업이 투자와 생산, 혁신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연간 3%대의 성장률로는 국민소득 5만달러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시점을 앞당길 열쇠는 기업이 갖고 있다.
태국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태국은 1960년대 초부터 적극적인 산업화로 급속히 성장해 아시아의 신흥 공업국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현재는 국민소득 6000달러를 넘어서지 못하고 정체된 상태다. 글로벌 기업이 없는 게 문제다. 기업이 없는 곳에선 성장도 없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5만달러를 넘긴 국가를 보면 미국이나 캐나다 등은 인구·경제 규모가 워낙 커 한국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지만, 덴마크나 스웨덴 등은 한국과 비슷한 규모로 5만달러를 이룩했다. 이런 나라를 본보기로 삼아 먼저 단계적 목표를 세운 뒤 5만달러의 이정표를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대내외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세계시장에서 한국 제조기업들은 중국의 물량 공세와 선진국의 기술력에 치이고 있다.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능력껏 경쟁할 수 있도록 도와줘도 어려울 판에 노사갈등, 정치권의 불안, 기업 규제 등이 나라 안에서부터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업혁신을 저해하는 정치권의 간섭과 정부 규제를 전면적으로 철폐해야 한다.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
3.5% 수준으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먼저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 생산가능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출산 및 인구 관련 정책이 실효성있게 보완돼야 한다.
또 제조업 부문의 강력한 혁신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지금까지는 일단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놓으면 일정량의 생산량이 나오게 돼 있는 분야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았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가 너무 빠르다. 중국이 대체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고기술 산업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한국의 노동 경직성은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이 고용 구조조정을 무리없이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사·정 대타협으로 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줘야 한다. 기업이 가장 바라는 것은 정책금융 지원이나 세제혜택보다 노동시장 개혁이다.
김유미/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
한국이 이른 시일 내에 국민소득 5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한 핵심 열쇠로 국내 주요 경제연구원장이 제시한 단어들이다. 기업들은 세상에 없는 초일류 제품, 서비스를 내놓고 정치권과 정부는 전면적으로 기업 자유를 허용하고 규제를 풀어야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대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5만달러 달성은 이 같은 노력의 결과물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오는 12일 창간 50주년을 맞는 한국경제신문은 최근 ‘경제 대도약’을 선언한 직후 국내 대표 경제연구원장들과 긴급 인터뷰에 나섰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은 “한국 경제는 일류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이류 중진국에 머물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한 뒤 “고성장에 대한 국민의 총화를 모아 반드시 일류국가 반열에 올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저출산과 잠재성장률 하락 등 갖가지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선 변화와 혁신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선진국은 많지만 국민소득 5만달러에 입성한 국가는 몇 안 된다. 이들의 경쟁력은 과거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세상을 바꾸는 혁신적 역량에서 나왔다. 경제연구원 수장들은 그 해답을 기업에서 찾았다. 투자와 고용, 혁신을 이끄는 기업이 100년, 200년 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관건이라는 조언이다.
원장들은 또 “국민들이 정치논리와 이해단체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펼쳐야 한다”며 서비스업 등의 전면적인 규제개혁을 강조했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한국 경제는 내년이나 내후년에 국민소득 3만달러에 진입하겠지만 이 정도로는 수많은 ‘이류 선진국’에 그친다. 국민소득 5만달러는 이를 넘어 ‘일류 선진국’이 된다는 의미다.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세계에 공급할 수 있는 국가다. 한국도 지난 30여년간 제조업에서 지치지 않는 혁신을 통해 일류 제품을 만들어냈다. 우리 후손을 위해서도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
오르막을 갈 때 자전거 페달을 더 빨리 밟지 않으면 멈춰 선다. 게다가 한국은 저출산 등 난관에 부딪혀있다. 지금의 중국과 경쟁할 것이 아니라 10년 뒤 중국이 가려는 길을 선점해야 한다. 한국은 지식 축적, 집중력, 무엇보다 지금까지 이뤄온 혁신의 경험과 자신감이 있다.
내수와 서비스를 함께 키워야 한다. 정치논리와 감정에 얽매여 이들 분야의 규제개혁은 늘 용두사미가 되곤 했다. 보호주의와 독점이 판치는 시장에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당당하게 자랄 수 없다.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려면 경쟁을 경쟁답게 만들어야 한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국민소득 5만달러를 이룩하기 위해선 경제 성장의 주체가 기업이라는 데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게 시급하다. 기업이 투자와 생산, 혁신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연간 3%대의 성장률로는 국민소득 5만달러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시점을 앞당길 열쇠는 기업이 갖고 있다.
태국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태국은 1960년대 초부터 적극적인 산업화로 급속히 성장해 아시아의 신흥 공업국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현재는 국민소득 6000달러를 넘어서지 못하고 정체된 상태다. 글로벌 기업이 없는 게 문제다. 기업이 없는 곳에선 성장도 없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5만달러를 넘긴 국가를 보면 미국이나 캐나다 등은 인구·경제 규모가 워낙 커 한국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지만, 덴마크나 스웨덴 등은 한국과 비슷한 규모로 5만달러를 이룩했다. 이런 나라를 본보기로 삼아 먼저 단계적 목표를 세운 뒤 5만달러의 이정표를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대내외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세계시장에서 한국 제조기업들은 중국의 물량 공세와 선진국의 기술력에 치이고 있다.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능력껏 경쟁할 수 있도록 도와줘도 어려울 판에 노사갈등, 정치권의 불안, 기업 규제 등이 나라 안에서부터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업혁신을 저해하는 정치권의 간섭과 정부 규제를 전면적으로 철폐해야 한다.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
3.5% 수준으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먼저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 생산가능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출산 및 인구 관련 정책이 실효성있게 보완돼야 한다.
또 제조업 부문의 강력한 혁신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지금까지는 일단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놓으면 일정량의 생산량이 나오게 돼 있는 분야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았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가 너무 빠르다. 중국이 대체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고기술 산업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한국의 노동 경직성은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이 고용 구조조정을 무리없이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사·정 대타협으로 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줘야 한다. 기업이 가장 바라는 것은 정책금융 지원이나 세제혜택보다 노동시장 개혁이다.
김유미/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