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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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가 곧 번영의 근간’이란 뜻의 신즉근영(信卽根榮). 이를 줄여 사명(社名)도 만든 신영증권의 오랜 경영 이념이다. 창립 이후 58년간 증권업 외길만 걸어온 신영증권은 고객에게 믿음을 주는 회사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안정된 재무 성과에 집중했다.

원국희 회장(81)이 경영권을 인수한 1971년 이후 신영증권은 단 한 번의 적자도 없이 43년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다. 상당수 증권사가 적자를 낸 지난해에도 40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시황에 따라 부침이 심할 수밖에 없는 증권업계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기록이다.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회사가 먼저 신뢰받을 만한 튼튼한 기업이 돼야 한다”는 원 회장의 경영철학이 이 같은 실적의 근간이라는 설명이다.

고객 신뢰 위해 회사가 탄탄해야

신영증권이 연속 흑자를 이어가는 데에는 다변화된 수익구조가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신영증권의 영업이익은 위탁매매에서 13%, 자산관리 15%, 투자은행(IB) 14%, 금융이자에서 13%가 나왔다. 한 가지 수익원에 쏠리지 않고 고르게 분포한 사업 포트폴리오는 신영증권이 안정적인 수익을 이어가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안정된 수익구조는 위기에 더욱 강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리테일 시장을 중심으로 지속된 증권업계 불황 속에서도 신영증권은 연 400억~800억원대 순이익을 내고 있다.

꾸준한 성과 덕분에 신영증권은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자기자본 기준 업계 10위인 신영증권의 주당순자산과 유보율은 각각 5만3621원, 1019%로 증권업계 최상위 수준이다. 주당순자산과 유보율은 기업의 재무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주주들에게도 배당을 듬뿍 주며 신뢰를 쌓고 있다. 신영증권의 최근 10년간 시가배당률은 보통주 4.67%, 우선주 6.28%다.

신영증권은 안정된 수익구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와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잘 알고, 잘하는 분야의 사업은 키우고, 때로는 과감한 시도로 미래 성장동력을 미리 확보하고 있다. 2005년부터 파생상품본부를 집중 육성하고, 2012년부터 고액 자산관리 분야에 특화해 APEX 패밀리오피스를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고객이 추천하는 회사

“고객은 우리보다 항상 앞서 있다.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파악해 거기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원 회장의 장남인 원종석 신영증권 사장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이 원하는 때 제공하는 게 고객의 신뢰를 얻는 최선의 길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신영증권은 ‘고객 바로 알기’에 역점을 두고 있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신영증권이 온라인 거래보다 대면(對面) 영업에 의한 오프라인 거래를 중시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고객 자산이 어떻게 형성돼 어떤 목적을 위해 투자되는지, 원하는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면 직접 고객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 신영식(式) 사고방식이다.

이런 고객 바로 알기는 지난해부터 선보인 ‘팀 자산관리서비스’로 한 단계 발전했다. 3~4명의 주식, 채권, 부동산 전문가들이 하나의 팀을 이뤄 고객의 다양한 경제적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면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팀 자산관리서비스는 많은 수의 고객보다 기존 고객이 오래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목적이다. 이 때문에 신영증권에는 기존 고객 소개로 회사를 찾는 고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객들이 다른 고객을 적극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회사가 고객 자산을 적극적으로 지켜주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신영증권은 다른 증권사가 주요 수익원으로 삼는 신용융자 수익에도 매우 소극적이다. 신용융자 수익이란 고객이 개인신용으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이다. 지난 1년간 10대 증권사가 신용대출로 벌어들인 수익은 평균 600억원인 반면, 신영증권은 26억원으로 업계 최하위권이다.

신영증권은 고객이 신용으로 거래할 수 있는 종목도 제한하고 있다. 빚으로 투자하는 만큼 관리·감리 지정 여부는 물론 시가총액 상위 300억원 이상, 자기자본 및 부채 비율 등 거래 종목 선정 기준이 까다롭다. 많은 증권사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주선하는 제2금융권 대출도 안 한다. 신용으로 무리한 거래를 하지 않다 보니 미수가 발생하는 고객이 거의 없으며 고객 민원도 발생하지 않는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회사의 수익만을 좇는 영업은 장기적으로 득이 될 것이 없다는 게 신영증권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