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기업뿐"…日, 설비투자 확대
일본 경제가 소비세 인상 여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 설비투자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엔저를 바탕으로 실적이 좋아지면서 일본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위한 기계 발주와 자금조달을 늘리고 있다.

9일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선박·전력을 제외한 8월 기계수주액(계절조정 후)은 8078억엔으로 전달보다 4.7% 증가했다. 시장 추정치인 전월 대비 1.0% 증가도 크게 웃돌았다. 기계수주는 설비투자보다 3개월가량 앞서 이뤄져 설비투자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지난 4월 소비세 인상으로 감소세를 보였던 기계수주는 6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했다. 내각부는 3분기 기계 수주가 전분기 대비 2.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계획도 늘고 있다. 이달 초 나온 기업경기실사지수(단칸지수)에서 전체 산업의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설비투자 계획은 전년 대비 8.6% 증가해 지난 6월 조사 때 증가율(7.4% 증가)을 웃돌았다. 엔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제조업분야 대기업은 12.7% 증가에서 13.4% 증가로 계획을 확대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의 설비 투자 의욕이 상당히 강하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설비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기업의 자금조달도 증가했다. 일본은행 자금순환통계에서 기업의 금융부채잔액은 6월 말 850조엔으로 1년 전보다 3.9% 늘었다. 회사채 발행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4~9월 회사채 발행액은 7% 증가한 5조2000억엔으로, 4년 만에 5조엔을 넘었다. 민간연구소들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에서 5.1% 급감했던 설비투자가 3분기에는 3% 안팎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