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0주년 경제 대도약 - 5만달러 시대 열자] 최재필 연세대 교수 "정치논리·국민정서 앞세우며 주요 경제정책 흔들면 안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제33회 '茶山경제학상' 수상
글로벌시대 기술개발만이 살 길
특허 포트폴리오 구성 등 분석
공정거래·경쟁정책도 연구영역
글로벌시대 기술개발만이 살 길
특허 포트폴리오 구성 등 분석
공정거래·경쟁정책도 연구영역
한국경제신문이 창간 50주년을 맞은 뜻깊은 날에 다산경제학상을 받게 돼 무한한 영광이다. 내가 연구하는 분야는 산업조직론이다. 시장에서 기업들이 어떻게 경쟁하며, 그 경쟁의 사회적 후생효과는 어떤 것인지, 시장 경쟁이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때 정부는 어떤 정책을 사용해야 하는지 연구하고 있다. 특히 기술개발 경쟁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한국이 처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 인구에 비해 국토 크기가 작고 부존자원이 부족하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자원은 인적자원이다.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쟁시대에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기술개발이다. 18세기 말~19세기 초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고 민생을 구하려고 생산 양식의 변화와 기술혁신을 주장했던 다산 정약용 선생의 관점, 그리고 요즘 정부에서 추진하는 창조경제와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술경쟁에서 지식재산권의 역할과 특허소송의 문제점을 파고들었다. 최근 지식재산권은 단순히 지식 생산을 보상한다는 측면을 넘어 새로운 수익원이자 경쟁무기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원래는 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나 이를 남용하면서 기술발전을 저해한다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기술개발이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고 기술혁신 과정도 ‘축적적’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개발이 기존 기술에 의존할 때 기존 특허의 남용은 새로운 기술개발을 막는 ‘저지 특허(blocking patents)’로 사용될 수 있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에서도 볼 수 있듯이 특허가 새로운 수입원이 되고 경쟁적인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특허 신청과 특허 발행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전에는 한 가지 특허에 초점을 맞추고 제일 먼저 기술개발을 하려고 경쟁하는 ‘특허 경주’라는 표현을 썼다. 지금은 ‘특허 포트폴리오 경주’라고 하는 게 더 타당성이 있다. 기업들은 다른 기업이 제기하는 소송을 방지하기 위해, 또는 다른 기업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기술 분야에서 수많은 특허를 축적하는 경쟁에 나섰다.
특허 포트폴리오 축적 경쟁과 함께 일어난 최근 현상은 ‘특허괴물(patent trolls)’의 출현이다. 특허괴물의 비즈니스 모델은 특허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해서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특허소송이나 라이선싱이 유일한 수입원이다. 이들의 특허소송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아무런 상품을 생산하지 않아 역소송을 받을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는 다른 기업이 보유한 특허 수가 무한정으로 많기 때문에 실수로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실질적이지 않아서다. 스마트폰이 좋은 예다. 스마트폰은 무선통신, 위성항법장치(GPS), 카메라, 초고속인터넷 등 수많은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전통적인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기업들이 서로 다른 영역의 사업에 진출하면서 특허분쟁 소지는 더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기업들이 특허 포트폴리오를 축적하는 경쟁 과정에서 서로 중복되는 권리주장과 소송에 이르게 된다. 애플은 현재 100건이 넘는 지식재산권 분쟁에 휘말려 있다. 내 연구는 특허 포트폴리오 축적 경쟁에서 경쟁기업에 반한 상대적인 위치가 소송 유인과 새로운 상품개발 유인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허 포트폴리오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런 경쟁 형태를 고려해 어떻게 특허시스템을 개혁할 것인지 정책적 함의를 연구하는 분석틀을 마련하는 게 내 관심사이며 연구 영역이다.
공정거래 및 경쟁정책도 내 연구 영역이다. 끼워 팔기의 반경쟁 효과에 대한 내 논문이 유럽경쟁위원회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하니웰의 합병을 불허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역할을 해 보람을 느낀다.
경제학을 하면서 배운 게 있다면 경제 주체는 항상 유인에 따라서 행동한다는 것이다. 정책효과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그 정책의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그것으로 인한 유인의 변화가 다른 통로를 통해 일어날 수 있는 뜻하지 않은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목욕물을 버리려다가 그 안에 있는 아기까지 버린다는 말이 있다. 정치적 논리, 국민정서 등의 이유로 중요한 정책결정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약력 △1960년생 △서울대 경제학과(1982) △미국 하버드대 박사(1990) △미국 컬럼비아대 조교수, 부교수(1990~1999) △서울대 경제학부 부교수(1999~2000)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2000년~현재) △International Journal of Industrial Organization 공동 편집인(2005~2013) △한미경제학회 회장(2014)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2008년 9월~현재)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한국이 처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 인구에 비해 국토 크기가 작고 부존자원이 부족하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자원은 인적자원이다.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쟁시대에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기술개발이다. 18세기 말~19세기 초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고 민생을 구하려고 생산 양식의 변화와 기술혁신을 주장했던 다산 정약용 선생의 관점, 그리고 요즘 정부에서 추진하는 창조경제와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술경쟁에서 지식재산권의 역할과 특허소송의 문제점을 파고들었다. 최근 지식재산권은 단순히 지식 생산을 보상한다는 측면을 넘어 새로운 수익원이자 경쟁무기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원래는 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나 이를 남용하면서 기술발전을 저해한다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기술개발이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고 기술혁신 과정도 ‘축적적’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개발이 기존 기술에 의존할 때 기존 특허의 남용은 새로운 기술개발을 막는 ‘저지 특허(blocking patents)’로 사용될 수 있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에서도 볼 수 있듯이 특허가 새로운 수입원이 되고 경쟁적인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특허 신청과 특허 발행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전에는 한 가지 특허에 초점을 맞추고 제일 먼저 기술개발을 하려고 경쟁하는 ‘특허 경주’라는 표현을 썼다. 지금은 ‘특허 포트폴리오 경주’라고 하는 게 더 타당성이 있다. 기업들은 다른 기업이 제기하는 소송을 방지하기 위해, 또는 다른 기업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기술 분야에서 수많은 특허를 축적하는 경쟁에 나섰다.
특허 포트폴리오 축적 경쟁과 함께 일어난 최근 현상은 ‘특허괴물(patent trolls)’의 출현이다. 특허괴물의 비즈니스 모델은 특허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해서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특허소송이나 라이선싱이 유일한 수입원이다. 이들의 특허소송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아무런 상품을 생산하지 않아 역소송을 받을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는 다른 기업이 보유한 특허 수가 무한정으로 많기 때문에 실수로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실질적이지 않아서다. 스마트폰이 좋은 예다. 스마트폰은 무선통신, 위성항법장치(GPS), 카메라, 초고속인터넷 등 수많은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전통적인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기업들이 서로 다른 영역의 사업에 진출하면서 특허분쟁 소지는 더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기업들이 특허 포트폴리오를 축적하는 경쟁 과정에서 서로 중복되는 권리주장과 소송에 이르게 된다. 애플은 현재 100건이 넘는 지식재산권 분쟁에 휘말려 있다. 내 연구는 특허 포트폴리오 축적 경쟁에서 경쟁기업에 반한 상대적인 위치가 소송 유인과 새로운 상품개발 유인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허 포트폴리오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런 경쟁 형태를 고려해 어떻게 특허시스템을 개혁할 것인지 정책적 함의를 연구하는 분석틀을 마련하는 게 내 관심사이며 연구 영역이다.
공정거래 및 경쟁정책도 내 연구 영역이다. 끼워 팔기의 반경쟁 효과에 대한 내 논문이 유럽경쟁위원회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하니웰의 합병을 불허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역할을 해 보람을 느낀다.
경제학을 하면서 배운 게 있다면 경제 주체는 항상 유인에 따라서 행동한다는 것이다. 정책효과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그 정책의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그것으로 인한 유인의 변화가 다른 통로를 통해 일어날 수 있는 뜻하지 않은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목욕물을 버리려다가 그 안에 있는 아기까지 버린다는 말이 있다. 정치적 논리, 국민정서 등의 이유로 중요한 정책결정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약력 △1960년생 △서울대 경제학과(1982) △미국 하버드대 박사(1990) △미국 컬럼비아대 조교수, 부교수(1990~1999) △서울대 경제학부 부교수(1999~2000)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2000년~현재) △International Journal of Industrial Organization 공동 편집인(2005~2013) △한미경제학회 회장(2014)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2008년 9월~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