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10일 오후로 예정된 시위대 측과의 대화를 전격 취소했다. 시위대 측은 이에 반발해 이날 오후 정부청사 부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어서 또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캐시 람 홍콩정부의 정무국장(총리 격)은 9일 밤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 대표들이 건설적인 대화의 기본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10일로 예정된 대화를 취소한다”고 말했다. 람 국장의 이 같은 언급은 학생 대표들이 정치개혁을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시위현장에 나와달라고 호소한 직후 나왔다.

홍콩 정부 측은 양측 간 대화가 홍콩행정장관 선거안에 한정되고, 도심 점거 운동과는 연계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 등을 제시했으나 시위대가 이를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람 국장은 “시위대가 불법 점거를 언제 끝내는지 등의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2017년 홍콩행정장관 선출안을 놓고 촉발된 홍콩 학생과 시민들의 시위가 열흘 넘게 계속되자 홍콩 정부는 학생 대표들과 공식 대화를 하기로 합의하고 지난 5일부터 예비 접촉을 해왔다. 학생 대표들은 렁춘잉 행정장관의 사퇴와 2017년 행정장관 선거의 보통·직접선거권 보장 등을 요구해왔다.

홍콩학생연맹과 반중국 정치세력인 범민주파 등은 정부가 회담 취소를 결정하자 10일 오후 정부청사 앞에서 다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홍콩학생연맹은 2차 동맹휴교를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