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이 만든 희소가치, 그로인해 얻는 초과이윤…규제, 시장을 왜곡시킨다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선수는 6년간 3600만달러(약 390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2012년 말 입단 계약서에 서명했다. 신시내티 레즈에서 뛰던 ‘추추 트레인’ 추신수 선수는 지난해 말 계약기간 7년에 1억3000만달러(약 1380억원)의 ‘잭팟’을 터뜨리며 텍사스 레인저스로 옮겼다. 이런 엄청난 ‘몸값’은 이들의 뛰어난 ‘재능’에 걸맞은 활약을 ‘기대’하며 책정된 ‘시장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특권이 만든 희소가치, 그로인해 얻는 초과이윤…규제, 시장을 왜곡시킨다
류현진이나 추신수 선수처럼 압도적인 재능을 지닌 야구선수는 많지 않으므로 이들은 시장평균보다 훨씬 높은 값에 자기 재능을 팔 수 있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의 수요자들이 이들의 ‘희소성’에 대해 기꺼이 ‘웃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희소가치가 있는 상품(재능), 즉 수량이 한정된 상품의 공급자들은 시장에서 훨씬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공급 조절이 가능한 독점기업들이 자유경쟁시장의 고만고만한 기업들보다 훨씬 많은 이윤을 챙기는 까닭이다. 이처럼 자유경쟁시장에서 ‘정상가격’을 훨씬 초과해 남기는 이윤을 ‘지대(地代·rent)’라고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들은 경쟁 상대들보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다. 남보다 높은 시장점유율과 많은 영업이익이 해당 기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은 당사자에게는 힘들고 괴로운 일이지만 사회 전체로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

특권이 만든 희소가치, 그로인해 얻는 초과이윤…규제, 시장을 왜곡시킨다
기업들이 피곤하고 힘든 경쟁을 피하는 방법은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다.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남보다 앞선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독점적 지위를 차지한다면 누구도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칭송할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손쉽게 정부의 ‘규제 권한’을 이용해 독점적 지위에 오르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 관료나 정치가들에게 음성적으로 대가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독점적 지위를 획득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규제를 설정하는 행위를 ‘지대추구행위(rent seeking)’라고 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로비 등의 비생산적인 활동에 경쟁적으로 자원을 소비하는 일체의 활동’이 지대추구행위에 해당한다. 이는 ‘정경유착’, ‘정치적 이권추구’ 등의 개념과도 가깝다.

미국 뉴욕시의 택시 규제가 지대추구행위의 대표적 사례다. 뉴욕시는 택시 면허를 1만3000개로 제한했다. 그 결과 신규 진입이 법에 막혀 기존 택시운전자들은 돈을 더 벌지만 뉴욕 시민들은 돈을 더 내면서도 더 오래 기다려야만 했다. 뉴욕시 택시 면허는 현재 100만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현재 보호받고 있는 지대의 규모를 보여준다. 정부의 규제 탓에 시장에서 공급이 제한되고, 이를 이용해 시장공급자가 기회비용보다 높은 대가를 받는 시장에서는 지대추구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정 자격을 갖춘 이에게만 면허(免許)를 발급하는 경우는 대부분 필요 이상으로 자격요건을 엄격하게 정해 공급을 제한하게 된다. 따라서 면허를 딴 사람들은 쉽게 초과수익을 올릴 수 있다. 택시면허가 그러하며 의사 면허, 변호사 자격 등 정부가 시장 공급을 제한하는 시장은 대부분 그렇다. 물론, 면허는 면허 소지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보장하는 유효한 수단이다. 그러나 대부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제한한다. 이는 경쟁을 제한해 이익을 확보하려는 지대추구 목적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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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정부가 아닌 이익집단이 스스로 공급을 제한하기도 한다. 중세 유럽의 길드(guild·동업자조합)가 대표적인 예다. 중세 유럽 도시의 상인과 수공업자들은 이익단체인 길드를 조직해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고 특권을 지켜나갔다. 야간작업을 금지하기도 하고 제품 가격을 통제하기도 했으며 장인의 지위도 세습화했다.

변호사협회, 의사협회 등 이해당사자그룹이 각자 면허정책에 적극 개입하는 것도 ‘현대판 길드’에 해당된다. 이 경우 이익집단은 당연히 사회후생보다 자기집단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할 것이다. 따라서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은 지대추구행위를 나타내는 직업으로 분류하기도 하며, 이들의 숫자는 바로 한 사회 지대추구행위의 강도를 나타낸다고 보기도 한다.

한편 부패와 관련한 지대추구행위가 자주 관측되는 영역은 법조계의 전관예우 관행이다. 형사 사건의 경우에 특히 심하다. 성공한 고위 검찰관료는 대부분 퇴직 후 로펌 등으로 이직해 천문학적인 보수를 받는다. 이는 최근 법무부 장관이나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이들이 받는 보수의 일정 부분은 정당한 노동과 회사에 대한 기여 및 우수한 자질에 대한 대가일 것이다. 그러나 상당 부분은 검찰조직이나 법조계 전반에 대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 및 내부정보 제공에 대한 대가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개인이 지대를 추구하는 것을 비난할 수 없다. 극소수의 이타적인 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이 사익을 좇는다. 쉽게 얻을 수 있는 눈앞의 이익을 사회나 국가를 위해 포기하고, 대신 불확실한 이윤을 추구하는 사람이나 기업, 단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지대를 추구하는 개인이나 조직을 탓하기보다 지대추구활동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부터 정비해야 할 것이다.

그 첫걸음은 ‘자의적 규제’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재산권을 보호하고, 경쟁을 촉진하며 시장을 개방하면 그만큼 지대추구활동을 벌일 영역이 자연스레 줄어든다. 영국 대처 정부와 미국 레이건 행정부의 규제 완화는 단순히 규제를 완화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지대추구활동이 만연할 수 있는 영역을 축소한 의미도 있는 것이다. 경제주체들이 비생산적인 영역에서 사익을 추구하는 기회를 줄이고, 생산적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하는 것은 정치권, 정부, 학계, 시민사회의 공동 책임이다.

■ 지대추구이론의 시작
실증적 독점의 폐해, 측정하며 시작돼


특권이 만든 희소가치, 그로인해 얻는 초과이윤…규제, 시장을 왜곡시킨다
지대추구이론은 독점의 폐해를 실증적으로 측정하는 과정에서 시작됐고, 지대추구행위(rent-seeking)란 용어는 여성 최초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를 지낸 앤 크루거가 1974년 ‘지대추구사회의 정치경제학’이라는 논문에서 처음 사용했다. 크루거는 인도와 터키를 대상으로 보호무역의 비용을 측정했는데, 인도는 보호무역으로 인해 당시 국민총생산(GNP)의 약 7%, 터키는 GNP의 약 15%에 상당하는 비용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세기 초반 미국에서는 독점의 폐해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이에 아널드 하버거가 미국 73개 산업을 대상으로 실증 분석한 결과, 독점의 후생손실은 미국 GNP의 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든 털럭은 “독점은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독점의 지위를 얻기 위해 사용된 자원은 모두 사회적으로 낭비된 것이며, 그 크기를 다 합치면 독점이윤의 크기와 비슷하다.

더욱이 지대추구행위는 단순히 이미 존재하는 지대를 추구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틈새를 헤집고 다니며 지대를 ‘창출’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불법적인 영역에서 일어난다면 부패이고, 합법적이지만 비생산적인 방식으로 일어나면 ‘지대창출’이라 부른다. 지대창출은 건전한 기업가가 창조적 파괴를 통해 독점이윤을 창출하는 과정과 구분된다. 지대창출을 통해 새로 창출된 부(富)는 없고 단지 부의 이전만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해마다 국정감사장에 실질적이고 유효하게 증언을 들을 수 있는 숫자 이상으로 증인들을 다수 출석시키는 행위도 넓은 의미의 지대창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정치권의 영향력을 확인시키고 미래의 (잠재)이익을 확보하자는 고려가 전혀 없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렇게 창출된 지대를 빨대로 음료수 빨아먹듯이 ‘추출’해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는 과정이 ‘지대추출’이다.

이상학<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