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 기록만 남기는 휴대폰 문자…日에 서버 있어 검열 못하는 라인
친구들과 생각 없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외부에 유출될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높아지면서 해외 모바일 메신저로 떠나는 ‘사이버 망명’이 줄을 잇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랭키닷컴의 조사에서는 지난주 카카오톡 사용자가 1주일 새 40만명 줄었다. 독일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으로 60만명이 옮겨 간 영향이 컸다. 회사원 이태봉 씨는 “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만이 수사기관의 조사 대상이라는 것은 알지만 카카오톡에서 격의 없이 주고받은 대화와 사진 등이 서버 어딘가에 저장돼 있고 밖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개운치가 않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에 분노하는 까닭은 이동통신사들도 저장하지 않는 문자메시지를 서버에 5~6일 동안 보관해왔기 때문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통화와 문자의 발신 기록만 1년간 서버에 남겨둘 뿐 통화·문자 내용은 저장해 두지 않는다. 2004년 11월 치러진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발생한 부정 사건이 계기가 됐다. 경찰은 휴대폰 문자 24만8000건을 분석해 증거를 제출했는데, 이 과정에서 통신사가 문자 내용을 서버에 저장해 두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통신사는 문자 내용은 앞의 한 글자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지워지도록 했다. 한 글자를 남긴 것은 통신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다. 통신기록을 남기는 것은 요금 오류에 대비하는 차원도 있다. 다만 휴대폰 문자는 암호화돼 있지 않아 중간에 메시지를 가로채는 해킹 등에 노출돼 있다는 게 단점이다.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기기 분실, 장기 출장·휴가 등으로 휴대폰을 꺼놓거나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아 일정 기간 카톡을 확인할 수 없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대화 내용을 저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만약 대화 내용을 서버에 저장하지 않는다면 다시 카카오톡을 실행했을 때 그동안의 메시지를 받아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 8일부터 카카오톡 메시지의 서버 저장 기간은 기존 3~7일에서 2~3일로 줄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 발부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서버에 저장된 메시지를 수사기관이 거의 볼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단 3일 이상 휴대폰이 꺼져 있으면 이전 메시지를 볼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텔레그램이 각광받고 있지만 네이버가 서비스하는 라인도 수사기관이 접근하기 어렵다. 서버가 일본에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일본 수사기관의 영장이 있는 경우에만 대화 내용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도입한 ‘타이머챗’ 기능을 사용하면 라인도 서버에서 대화 내용이 바로 삭제된다. 타이머챗은 사용자가 2초에서 1주일까지 설정한 기한이 지나면 메시지가 자동 삭제되는 기능이다.

텔레그램과 동일하게 라인도 1 대 1 대화에만 종단간(E2E) 암호화를 적용한다. 그룹대화는 E2E 암호화를 하지 않는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