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10월 준공된 서울 개포동 ‘대치 2단지’(1753가구)는 2008년 8월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지만 지난해 정부가 최대 3개층까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하면서 다시 탄력을 받았다. ‘9·1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재건축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40년이던 재건축 연한이 30년으로 줄어들면서 2022년부터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져서다. 조합이 리모델링과 재건축의 사업성을 비교·분석하게 된 계기다.
서울 대치2단지 리모델링, 기부채납·임대 없어 분담금 9900만원…재건축 1억9천만원
○“대치2, 리모델링이 유리”

조합은 미담, 토우재 등 건축사사무소와 함께 ‘대치2 리모델링과 재건축 비교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리모델링 방식으로 조합원 아파트의 전용면적을 9~15㎡ 넓힌 ‘면적증가형’과 일반분양분을 늘린 ‘성능개선형’이 가능하다.

전용 85㎡ 이하 주택은 최대 40%까지 전용면적을 늘릴 수 있어 일반분양 가구 수는 리모델링 방식에 따라 다르다. 면적증가형은 118가구(전용 59㎡ 38가구, 64㎡ 80가구), 성능개선형은 244가구(전용 73㎡ 54가구, 84㎡ 190가구)를 일반분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용적률은 현재 173%에서 리모델링 후 262~272%까지 늘어난다.

분양가는 주변 시세와 비슷한 3.3㎡당 2700만원으로 산정했다. 일반분양분은 16~18층에 자리잡고 있어 선호도가 높을 전망이다. 일반분양이 순조로울 경우 예상되는 조합원 분담금은 성능개선형이 860만~3000만원, 면적증가형은 9900만~1억5000만원으로 분석됐다.

반면 이 아파트를 재건축했을 때 일반분양분은 한 가구도 나오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용적률이 법적 상한선인 300%까지 높아지지만 기부채납(공공기여)에 따라 대지면적이 10%가량 줄어들고 용적률 증가분의 절반을 소형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합원 분담금은 현재의 공사비와 사업비로 계산해도 가구당 1억9000만~2억원이 나올 것으로 분석됐다. 재건축이 2022년부터 가능하고 실제 착공이 2030년께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분담금은 더 늘어나게 된다. 미담건축 관계자는 “일반분양분을 만들기 위해선 가구 면적을 더 줄여야 하지만 원래 작은 평형이어서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리모델링, 기부채납 없어

경기 분당신도시에서 리모델링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정자동 ‘한솔5단지’도 최근 무한건축사무소와 사업성 분석을 진행했다. 리모델링을 할 경우 3개층 수직증축을 통해 1156가구가 1254가구(면적증가형)~1329가구(성능개선형)까지 늘어난다. 일반분양이 98~173가구(전용 54~84㎡)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재건축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는 일반분양 가구수가 37가구(전용 84㎡)에 그쳤다. 공공기여로 대지 10%를 기부한다고 가정하고 성남시 ‘2020도시주거환경 정비계획’에 따른 재건축 용적률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리모델링의 추가분담금이 재건축 추가분담금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연한이 최대 10년 줄었지만 리모델링이 유리한 곳도 상당한 만큼 어느 쪽이 유리한지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리모델링은 기부채납 부담이 없고 임대 소형주택을 짓지 않아도 돼 분담금이 낮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존 골조를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평면 설계에 한계가 있고, 가구 내 층고를 높이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개포주공과 같이 용적률이 낮은(70~100%) 저층 아파트는 재건축이 유리하지만 지상 10~15층의 중층 아파트는 손익계산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