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혁신을 통해 ‘큰 부(富)’를 이룬 기업가는 수없이 많다. 그러나 성공한 한국 벤처기업인과 미국 벤처기업가의 이후 행보는 상당히 다르다.

미국 정보기술(IT)기업인 페이팔은 2000년 온라인 결제서비스를 시작한 뒤 곧바로 큰 성공을 거뒀다. 2002년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가 무려 15억달러를 주고 인수했다. 1조5000억원이 넘는 ‘잭팟’이다. 이른바 ‘벤처 갑부’가 됐지만 페이팔 경영진과 엔지니어들은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최고경영자(CEO)였던 앨런 머스크는 우주왕복선 회사(스페이스X)와 전기자동차 회사(테슬라)를 만들었다. 부사장이던 리드 호프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링크트인을 창업했으며 엔지니어였던 채드 헐리, 스티브 첸은 세계 최대 동영상 유통 사이트 유튜브를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기 벤처 갑부들이 많이 등장했다. 그러나 한 번의 성공 뒤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벤처기업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네이버만 하더라도 국내 온라인 검색 시장을 장악하면서 시가총액 상위 5위 안에 드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후 이렇다 할 콘텐츠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톡 등 경쟁사의 뒤를 이어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내놓았을 뿐이다. 네이버 창업 멤버들도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지 않고 있다.

넥슨도 마찬가지다. 김정주 NXC 대표가 창업한 넥슨은 1996년 ‘바람의 나라’라는 게임을 개발, 한국을 세계 온라인 게임 업계의 종주국에 올려놨다. 하지만 주식 상장으로 돈방석에 앉은 넥슨 창업 멤버 중 상당수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은둔해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혁신적이란 평가를 듣던 기업가들이 자기 성과를 부정할 줄 알아야 더 나아갈 수 있는데 과거에 안주하는 경향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 특별취재팀=이태명 팀장, 정인설(산업부) 전설리(IT과학부) 윤정현(증권부) 박신영(금융부) 전예진(정치부) 김주완(경제부) 임현우(생활경제부) 조미현(중소기업부) 양병훈(지식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