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눈]'블랙 먼데이' 코스닥, 증시전문가들이 본 폭락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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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코스닥 지수가 장중 한때 4% 이상 폭락하는 등 2거래일 연속 폭삭 주저앉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외변수로 인해 차익실현 욕구가 빨라진데다 불안한 3분기 실적 시즌을 맞이한 성장주(株)의 한계 그리고 윈도 드레싱(수익률 관리 행위) 등 기관투자자의 연말 포트폴리오 조정이 한꺼번에 겹친 탓으로 보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징검다리 휴일을 보낸 지난 주 마지막 거래일부터 급락 조짐을 보였다. 지난달부터 560~570선을 오가던 지수는 급기야 이틀 만에 530선으로 밀려났다. 직전 고점(583.66, 9월25일) 대비로는 15거래일여 만에 5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8월 이후 두 달치 상승분을 2주일 만에 모두 반납한 셈이다.
◆ 애널들 "차익실현 욕구 대외변수로 빨라져" , "어닝시즌 앞두고 불안감 엄습해"
김태성 미래에셋증권 스몰캡팀장은 코스닥시장 급락에 대해 "휴일 동안 미국 시장 폭락 분을 단 번에 반영한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오전까지만 해도 일부 기관이 외국인 등의 매물을 받아냈지만, 이날 오후 들어서 버티지 못하고 매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3분기 실적 시즌을 지나 연말까지 추세 하락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 팀장은 "통상 기관들은 연말을 앞두고 윈도드레싱 효과 등을 염두에 두고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는데 대외 변수로 그 시기가 앞당겨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가증권시장이 꺾이면 코스닥은 당연히 꺾인다"며 "대장인 코스피 시장이 무너지고 안전자산으로 급속히 투자심리가 쏠리는 가운데 개별 종목 이외에 코스닥 시장이 반대로 상승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윤 유안타증권 스몰캡 선임연구원은 "실적보다 성장 기대감이 반영돼 뛰어오른 주가가 오히려 주가 하락의 빌미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3·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낮을 경우 순식간에 고 PER(주가수익비율)주로 분류되는데 지금처럼 외부변수로 저 PER주가 속출할 땐 보유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상반기 내내 코스피가 오르지 못해 기관이나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으로 몰린 것도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게임, 바이오, 헬스케어, 전자결제 등 주도주로 '주가 랠리'를 벌여온 종목 위주로 낙폭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나스닥 시장의 급락을 코스닥 폭락의 원인으로 꼽은 애널리스트도 나왔다.
노아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날 코스닥의 급락은 지난주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의 하락 영향이 가장 크다"며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가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중국의 수요 둔화와 재고조정을 이유로 꼽았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지난 10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가 2.3% 급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6.9% 급락했다는 것.
그는 "코스닥지수는 반도체를 비롯한 관련 정보기술(IT) 업종이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반도체 업황 우려가 IT 중소형주 실적에 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가격 고(高)평가 논란에도 불이 붙었다.
송동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그간 코스닥 일부 종목에 대해서 너무 비싼게 아니냐는 고평가 논란이 제기돼 온 것도 사실"이라며 "이 시점에서 전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코스닥 역시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평가 논란으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진 시점에 대외 요건이 악재로 작용하며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또 "코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코스닥도 고점 대비 10% 정도 빠진 상황이라 손절매 성격의 매도세도 지수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이남룡 연구원은 3분기 실적 시즌 동안 지수의 추가 하락을 예고했다. 그는 "장중 4% 이상 급락한 것으로 2013년 6월 이후 최대치 낙폭"이라며 "이는 코스닥이 코스피에 비해 큰 조정 없이 상승 흐름을 이어온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진단했다.
코스닥이 단기 급락했지만, 3분기 실적발표에 들어가기 때문에 추가 하락의 여지가 높다는 것. 그는 "대형주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형주도 실적이 좋기란 쉽지 않다"며 "그동안 글로벌 테마에 편승해서 코스닥을 주도한 종목들에 대한 경계감이 커질 것이고 반등 시도 역시 실적시즌이 끝난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매니저들 "일시적인 악재로 보기 어려운 상황", "대형주로 옮겨가는 수요도 있다"
주식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펀드매니저들의 시각은 어떨까. 일단 단기적인 악재로 볼 수 없고, 당장 3분기 기업 실적이 하향 조정되고 있어 주가 회복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정재원 IBK운용 펀드매니저는 "그 동안 일부 중소형주들이 너무 많이 오른 게 요즘 코스닥시장 폭락의 가장 큰 이유"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코스피가 대형주, 특히 IT나 자동차 위주로 많이 빠져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펀드들이 중소형주에 대해 차익실현에 나서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형주를 매도하는 대신 대형주를 매수하려는 욕구가 생긴다는 얘기다.
이어 "실적이 긍정적이고, 기업가치가 탄탄한 중소형주에 대해서는 보유하고 버틸 수밖에 없다고 시장은 판단하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1~2개월 정도 지지부진한 장세가 연출될 것으로 보이는데 무엇보다 단기에 큰 관심을 끌며 뛰었던 주도주와 테마주의 기간조정과 가격조정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강국 현대운용 펀드매니저의 경우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첫 번째 급락 이유로 꼽았다.
그는 "최근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을 부진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코스피지수 대비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던 코스닥지수의 낙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급적인 요인도 있다는 것. 그는 "미국의 조기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는데 미국을 대신할 반대급부인 유럽, 중국 자금도 수급을 우호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4~5년간 유동성이 팽창하는 시기였다면 지금은 이들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국면이라는 설명. 그는 "미국이 당장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않는다고 해도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투자심리가 좋지 않은 상태"라며 "게다가 국내 기업들의 3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아 3년 연속 감익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 매니저는 "코스닥 낙폭이 과도한 측면이 있지만 앞으로 'V(브이)자'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시적인 악재가 아닌 글로벌 경기 둔화 요인이기 때문인데 향후 경기 회복을 기대할 만한 요인이 없기 때문에 강한 회복세를 기대하기 힘든 시기"라고 못박았다.
한경닷컴 한민수·김다운·강지연·박희진 기자 jhy@hankyung.com
증시 전문가들은 대외변수로 인해 차익실현 욕구가 빨라진데다 불안한 3분기 실적 시즌을 맞이한 성장주(株)의 한계 그리고 윈도 드레싱(수익률 관리 행위) 등 기관투자자의 연말 포트폴리오 조정이 한꺼번에 겹친 탓으로 보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징검다리 휴일을 보낸 지난 주 마지막 거래일부터 급락 조짐을 보였다. 지난달부터 560~570선을 오가던 지수는 급기야 이틀 만에 530선으로 밀려났다. 직전 고점(583.66, 9월25일) 대비로는 15거래일여 만에 5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8월 이후 두 달치 상승분을 2주일 만에 모두 반납한 셈이다.
◆ 애널들 "차익실현 욕구 대외변수로 빨라져" , "어닝시즌 앞두고 불안감 엄습해"
김태성 미래에셋증권 스몰캡팀장은 코스닥시장 급락에 대해 "휴일 동안 미국 시장 폭락 분을 단 번에 반영한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오전까지만 해도 일부 기관이 외국인 등의 매물을 받아냈지만, 이날 오후 들어서 버티지 못하고 매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3분기 실적 시즌을 지나 연말까지 추세 하락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 팀장은 "통상 기관들은 연말을 앞두고 윈도드레싱 효과 등을 염두에 두고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는데 대외 변수로 그 시기가 앞당겨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가증권시장이 꺾이면 코스닥은 당연히 꺾인다"며 "대장인 코스피 시장이 무너지고 안전자산으로 급속히 투자심리가 쏠리는 가운데 개별 종목 이외에 코스닥 시장이 반대로 상승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윤 유안타증권 스몰캡 선임연구원은 "실적보다 성장 기대감이 반영돼 뛰어오른 주가가 오히려 주가 하락의 빌미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3·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낮을 경우 순식간에 고 PER(주가수익비율)주로 분류되는데 지금처럼 외부변수로 저 PER주가 속출할 땐 보유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상반기 내내 코스피가 오르지 못해 기관이나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으로 몰린 것도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게임, 바이오, 헬스케어, 전자결제 등 주도주로 '주가 랠리'를 벌여온 종목 위주로 낙폭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나스닥 시장의 급락을 코스닥 폭락의 원인으로 꼽은 애널리스트도 나왔다.
노아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날 코스닥의 급락은 지난주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의 하락 영향이 가장 크다"며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가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중국의 수요 둔화와 재고조정을 이유로 꼽았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지난 10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가 2.3% 급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6.9% 급락했다는 것.
그는 "코스닥지수는 반도체를 비롯한 관련 정보기술(IT) 업종이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반도체 업황 우려가 IT 중소형주 실적에 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가격 고(高)평가 논란에도 불이 붙었다.
송동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그간 코스닥 일부 종목에 대해서 너무 비싼게 아니냐는 고평가 논란이 제기돼 온 것도 사실"이라며 "이 시점에서 전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코스닥 역시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평가 논란으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진 시점에 대외 요건이 악재로 작용하며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또 "코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코스닥도 고점 대비 10% 정도 빠진 상황이라 손절매 성격의 매도세도 지수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이남룡 연구원은 3분기 실적 시즌 동안 지수의 추가 하락을 예고했다. 그는 "장중 4% 이상 급락한 것으로 2013년 6월 이후 최대치 낙폭"이라며 "이는 코스닥이 코스피에 비해 큰 조정 없이 상승 흐름을 이어온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진단했다.
코스닥이 단기 급락했지만, 3분기 실적발표에 들어가기 때문에 추가 하락의 여지가 높다는 것. 그는 "대형주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형주도 실적이 좋기란 쉽지 않다"며 "그동안 글로벌 테마에 편승해서 코스닥을 주도한 종목들에 대한 경계감이 커질 것이고 반등 시도 역시 실적시즌이 끝난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매니저들 "일시적인 악재로 보기 어려운 상황", "대형주로 옮겨가는 수요도 있다"
주식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펀드매니저들의 시각은 어떨까. 일단 단기적인 악재로 볼 수 없고, 당장 3분기 기업 실적이 하향 조정되고 있어 주가 회복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정재원 IBK운용 펀드매니저는 "그 동안 일부 중소형주들이 너무 많이 오른 게 요즘 코스닥시장 폭락의 가장 큰 이유"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코스피가 대형주, 특히 IT나 자동차 위주로 많이 빠져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펀드들이 중소형주에 대해 차익실현에 나서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형주를 매도하는 대신 대형주를 매수하려는 욕구가 생긴다는 얘기다.
이어 "실적이 긍정적이고, 기업가치가 탄탄한 중소형주에 대해서는 보유하고 버틸 수밖에 없다고 시장은 판단하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1~2개월 정도 지지부진한 장세가 연출될 것으로 보이는데 무엇보다 단기에 큰 관심을 끌며 뛰었던 주도주와 테마주의 기간조정과 가격조정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강국 현대운용 펀드매니저의 경우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첫 번째 급락 이유로 꼽았다.
그는 "최근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을 부진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코스피지수 대비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던 코스닥지수의 낙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급적인 요인도 있다는 것. 그는 "미국의 조기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는데 미국을 대신할 반대급부인 유럽, 중국 자금도 수급을 우호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4~5년간 유동성이 팽창하는 시기였다면 지금은 이들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국면이라는 설명. 그는 "미국이 당장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않는다고 해도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투자심리가 좋지 않은 상태"라며 "게다가 국내 기업들의 3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아 3년 연속 감익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 매니저는 "코스닥 낙폭이 과도한 측면이 있지만 앞으로 'V(브이)자'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시적인 악재가 아닌 글로벌 경기 둔화 요인이기 때문인데 향후 경기 회복을 기대할 만한 요인이 없기 때문에 강한 회복세를 기대하기 힘든 시기"라고 못박았다.
한경닷컴 한민수·김다운·강지연·박희진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