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로 변한 북한산 유기견…등산하다 '화들짝'…안전 위협
토요일인 지난 11일 오전 북한산 비봉 능선에 있는 사모바위. 널찍한 바위가 많아 등산객들이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이날 등산객들 주변으로 개 한 마리가 먹을거리를 찾아 사모바위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북한산에 버려진 수십마리의 야생화한 유기견이 등산객의 안전을 위협하고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13일 서울시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북한산국립공원에서 떠도는 유기견은 60여마리로 추산된다. 유기견들은 돈암동, 진관동 등 북한산 자락 주택 지역을 떼지어 몰려다니며 등산객과 주민을 위협하고 있다. 야생에 버려지면서 공격성이 강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유기견들은 떼지어 이동하며 다른 종의 동물을 해치는 등 생태계까지 교란하고 있다.

2009년부터 지난달까지 북한산에서 포획된 유기견은 320여마리에 달한다. 대부분 주택가 인근에서 잡혔다. 문제는 유기견의 활동 반경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산 등산객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버리고 간 김밥이나 과일 쓰레기 등의 음식물이 유기견의 먹이가 된다. 유기견이 백운대나 비봉 등 북한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4월 북한산 인근에 총 18개의 포획 틀(사진)을 설치해 지금까지 50여마리의 유기견을 포획했다. 하지만 유기견들이 자체 번식하고 있어 수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먹이가 풍부한 데다 천적도 살지 않아 번식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다.

서울시는 산에서 유기견을 만났을 때 먹이를 주지 말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말 것을 등산객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