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필순 디자인세륜 사장이 13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청 등의 의뢰를 받아 기획·디자인한 전단과 책자를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홍필순 디자인세륜 사장이 13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청 등의 의뢰를 받아 기획·디자인한 전단과 책자를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디자인세륜은 공공기관이나 대학의 홍보 전단 및 책자 등 인쇄물을 기획·디자인하는 업체다. 전업주부였던 홍필순 디자인세륜 사장(60)이 2000년 일을 시작한 건 두 아들의 대학 학비 때문이었다. 한 해에 1000만원이 넘는 학비를 감당하려면 공무원인 남편 월급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직장 생활은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그는 지인의 인쇄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9개월 동안 일을 하다 보니 직접 인쇄업체를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소개받고 찾아가도 안 만나줘”

2001년 인쇄업체를 창업했을 당시에는 독립 사무실을 낼 여력조차 없었다. 남의 사무실에 책상 하나 둘 수 있는 공간을 빌렸다. 홍 사장 주변에서는 “무모하다”고 걱정했다. 업체 사람들은 ‘인쇄소 아줌마’라고 무시하기도 했다.

홍 사장은 “주변에서 소개받은 사람조차 수차례 찾아가도 만나주지 않은 적도 있다”며 “자존심이 상해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했다.

처음으로 노동부(현 고용노동부)로부터 주문다운 주문을 받았다. 외국인 근로자와 사업주가 알아야 할 고용 관련 안내 전단이었다.

홍 사장은 “1000만원 규모의 프로젝트지만 신생업체에는 큰 작업이었다”며 “이후 고용뿐 아니라 정부 기관 사업을 잇달아 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립특수교육원 서울시청 한국증권금융 금융결제원 한국복지대학 등이 디자인세륜에 인쇄물 기획을 의뢰하고 있다. 한 해 300여건의 인쇄 작업을 진행한다.

◆“납품일자 어긴 적 없어”

디자인세륜은 어렵고 딱딱한 정부 정책을 국민이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인쇄물을 디자인하고 기획한다. 의뢰기관이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내용을 재구성한다.

최근에는 고용부의 의뢰로 ‘새로운 미래를 여는 합리적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이란 통상임금 관련 책자를 기획했다. 임금 개념부터 현재 임금체계의 문제점, 향후 임금체계 개편 방향 등을 쉽게 풀어놨다. 다양한 색과 그림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인쇄물 기획과 디자인 역량뿐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날짜에 맞춰 인쇄물을 제작하는 것 역시 경쟁력이라는 게 홍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납품일자를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고 했다. 이를 위해 홍 사장은 디자이너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 현재 디자인세륜의 정규직은 디자이너 3명과 영업사원 1명이다. 홍 사장은 “작은 인쇄업체들은 디자인은 외부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부담은 크지만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덤벼보는 용기 가져야”

지난해 디자인세륜은 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홍 사장이 처음 창업했을 때 마음먹은 목표인 ‘매출 10억원’을 올해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하는 동안 홍 사장은 두 아들을 각각 영국과 독일에 유학까지 보낼 수 있었다.

그는 창업을 고민하는 주부들에게 “안 된다고 생각하면 절대 이룰 수 없다”며 “누가 뭐라 해도 한번 덤벼보는 용기를 가져라”라고 조언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