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119'로 재능기부 나선 서울대 공대 교수들 "교수와 기업 연결, 60代 노하우 펼치니 보람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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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10여곳에 컨설팅
전문성·경험 살려 '일자리 창출'
LED조명 해외수출 등 지원
전문성·경험 살려 '일자리 창출'
LED조명 해외수출 등 지원
“논문 쓰기에 바쁜 젊은 교수들은 기업에서 무턱대고 찾아오면 난감할 때가 많죠. 우리가 중간에서 기업의 애로사항을 면밀하게 검토해 교수와 기업 간 만남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돕고 있습니다.” (박진우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서울대 공대의 원로급 교수들이 중견·중소기업이 겪는 기술적인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은퇴를 앞둔 공학자들이 그동안 쌓은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중견·중소기업을 도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자는 취지에서다.
지난해 4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서울공대 중소기업 119센터’ 모임에는 박 교수(62)를 비롯해 김화용 화학생물공학부 교수(64), 류한일 재료공학부 교수(63), 이동호 기계항공공학부 명예교수(66), 정태학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66), 조유근 컴퓨터공학부 교수(65), 최종호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66) 등 60세 이상 전현직 서울대 공대 교수 7명이 참여하고 있다.
60세가 넘은 공대 교수들이 중견·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나선 이유는 ‘아직 은퇴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은 죽을 때까지 일할 수 있는데 그건 공학자도 마찬가지”라며 “평생 가꿔온 공학자로서 재능과 기술을 이대로 버리긴 아쉬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119센터의 컨설팅 지원을 받은 기업은 10여곳에 이른다. 119센터 참여 교수들은 기업의 요청에 직접 기술 컨설팅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문제점을 파악한 후 적합한 교수와 전문가에게 연결해 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기업을 상대한 경험이 많고 인맥도 넓어 누가 어떤 분야에 적합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LED조명 기술 개발을 마친 중견기업 A사는 119센터를 통해 해당분야 전문가로부터 수출에 필요한 기술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수출을 타진하던 A사는 바이어가 요구한 조명제어 네트워킹 관련 ‘스펙(기술표준)’을 맞추는 게 고민이었다. 도움을 요청받은 119센터의 조 교수는 A사에 권태경 컴퓨터공학부 교수(45)를 소개해줬다. A사는 권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서 바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얼마 후 A사는 조명제어 네트워킹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원유 철광석 등 원자재 저장탱크 지붕을 만들어 세계시장 점유율 3위에 오른 중소기업 B사도 119센터의 도움을 받아 세계 1~2위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119센터는 향후 이 활동을 과학기술계 원로들의 ‘이모작 인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자들이 은퇴 후 집에서 놀며 연금만 축낼 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을 도우며 사회생활을 지속하고 일자리 창출도 돕자는 이유에서다.
박 교수는 “얼마 전 미국 한 자동차산업 전시회를 가보니 70세가 넘은 노인이 자신만의 특화된 분야에 기술자문을 의뢰해 오는 기업들이 있어 취미 삼아 계속 일한다는 얘기를 듣고 부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119센터의 활동이 은퇴한 이공계 인력을 활용한 지식서비스 산업 창출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서울대 공대의 원로급 교수들이 중견·중소기업이 겪는 기술적인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은퇴를 앞둔 공학자들이 그동안 쌓은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중견·중소기업을 도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자는 취지에서다.
지난해 4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서울공대 중소기업 119센터’ 모임에는 박 교수(62)를 비롯해 김화용 화학생물공학부 교수(64), 류한일 재료공학부 교수(63), 이동호 기계항공공학부 명예교수(66), 정태학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66), 조유근 컴퓨터공학부 교수(65), 최종호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66) 등 60세 이상 전현직 서울대 공대 교수 7명이 참여하고 있다.
60세가 넘은 공대 교수들이 중견·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나선 이유는 ‘아직 은퇴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은 죽을 때까지 일할 수 있는데 그건 공학자도 마찬가지”라며 “평생 가꿔온 공학자로서 재능과 기술을 이대로 버리긴 아쉬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119센터의 컨설팅 지원을 받은 기업은 10여곳에 이른다. 119센터 참여 교수들은 기업의 요청에 직접 기술 컨설팅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문제점을 파악한 후 적합한 교수와 전문가에게 연결해 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기업을 상대한 경험이 많고 인맥도 넓어 누가 어떤 분야에 적합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LED조명 기술 개발을 마친 중견기업 A사는 119센터를 통해 해당분야 전문가로부터 수출에 필요한 기술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수출을 타진하던 A사는 바이어가 요구한 조명제어 네트워킹 관련 ‘스펙(기술표준)’을 맞추는 게 고민이었다. 도움을 요청받은 119센터의 조 교수는 A사에 권태경 컴퓨터공학부 교수(45)를 소개해줬다. A사는 권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서 바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얼마 후 A사는 조명제어 네트워킹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원유 철광석 등 원자재 저장탱크 지붕을 만들어 세계시장 점유율 3위에 오른 중소기업 B사도 119센터의 도움을 받아 세계 1~2위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119센터는 향후 이 활동을 과학기술계 원로들의 ‘이모작 인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자들이 은퇴 후 집에서 놀며 연금만 축낼 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을 도우며 사회생활을 지속하고 일자리 창출도 돕자는 이유에서다.
박 교수는 “얼마 전 미국 한 자동차산업 전시회를 가보니 70세가 넘은 노인이 자신만의 특화된 분야에 기술자문을 의뢰해 오는 기업들이 있어 취미 삼아 계속 일한다는 얘기를 듣고 부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119센터의 활동이 은퇴한 이공계 인력을 활용한 지식서비스 산업 창출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