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트라비아타’ ‘아이다’ 등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는 활동 당시 국민적 스타였다. 그의 작품이 훌륭했기 때문이지만 그만큼 오페라가 대중적인 장르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베르디 음악은 현재 소수 마니아들만 즐겨 찾는다. 많은 사람들은 오페라를 ‘어려운 예술 장르’로 인식하는 탓이다. 관객이 적다 보니 무대에 오르는 작품도 몇몇 인기작으로 한정되고 있다.

이 같은 통념을 깬 색다른 오페라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한국 작곡가와 극작가가 만들었거나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하는 등 기존 오페라와는 차이를 보이는 작품들이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내달 8~9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리타’는 유명 뮤지컬 배우 양준모가 연출을 맡았다. 양씨는 뮤지컬 ‘명성황후’ ‘오페라의 유령’ 등에 출연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한국종합예술학교 성악과 출신이다. 1999년 오페라 ‘마술피리’로 데뷔했고 성악 앨범도 두 장 발매했다.

‘리타’는 ‘사랑의 묘약’으로 유명한 작곡가 가에타노 도니제티의 작품이다. 기가 센 여인 리타와 함께 살지 않으려는 두 남자가 벌이는 소동이 주된 내용이다. 충무아트홀은 2012년부터 자체 제작 오페라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대극장에서 중극장으로 장소를 옮겨 관객과의 거리를 좁힌다는 방침이다. 이탈리아어 가사도 한국어로 번안해 부른다.

리타 역은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프라노 장유리가 맡는다. 리타의 남편 베페는 일본 극단 시키 출신의 이경수, 자유로운 영혼의 사진작가 가스파로는 성악과 출신 뮤지컬 배우 최재림이 맡는다. 양씨는 연출은 물론 도니제티 역으로 직접 출연도 한다. 4만~6만원. 1544-1555
오는 17~19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창작 오페라 ‘로미오 대 줄리엣’.
오는 17~19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창작 오페라 ‘로미오 대 줄리엣’.
오는 17~19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공연되는 ‘로미오 대 줄리엣’은 창작 오페라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창작 오페라 개발을 위해 결성한 예술가들의 모임 ‘세종 카메라타’에서 만난 극작가 박춘근과 작곡가 신동일이 함께 만들어 지난해 11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연출 없이 리딩 공연 형식으로 먼저 선보였다.

전성기를 누리는 소프라노 아내와 화려한 데뷔 이후 슬럼프에 빠진 테너 남편이 주인공이다. 이혼 위기의 결혼 10년차 부부인 이들이 샤를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에 동반 캐스팅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코믹하게 그렸다. 끊임없이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두 사람의 설전을 현실감 있게 풀어낸 2인극 오페라다. 줄리엣은 소프라노 최우영·홍아름, 로미오는 테너 최상배·김영하가 맡는다. 2만5000~3만5000원. (02)3274-8600

오는 16~18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무대에 오르는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는 연극 ‘모범생들’, 뮤지컬 ‘아가사’ 등을 연출한 연극·뮤지컬 연출가 김태형 씨가 연출을 맡았다. 이 작품은 히브리인들이 바빌론에 강제로 끌려간 ‘바빌론 유수’란 구약성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종교적 색채가 짙은 이 작품을 물질문명과 자연문명의 대립이란 현대적 내용으로 재해석했다. 나부코는 바리톤 김진추, 아비가일레는 소프라노 박현주, 자카리아는 베이스 함석헌이 연기한다. 2만~7만원. 1577-7766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