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14일 오전 4시30분

올해 기업들이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1조원을 돌파했다. 과거에는 회사채 발행이 어려웠던 중소기업이 주로 활용했지만 최근 대기업 그룹 계열사도 잇따라 발행에 나서면서 기업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화건설·이랜드리테일 등 잇단 발행

[마켓인사이트] 상환전환우선주 발행 올 1조…기업 '자금줄'로 급부상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www.marketinsight.kr)의 기업 유상증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 들어 9월까지 상환전환우선주 발행 금액은 총 1조18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9월) 3457억원보다 세 배 가까운 규모로 불어났다. 작년 한 해 전체 발행금액(8883억원)보다도 많은 액수다.

올 들어 발행 규모가 가장 컸던 기업은 한화건설로 6월 산업은행 우리은행 교보생명 경찰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40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만기는 3년이며 연도별로 2.6~9.03%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조건이다. 또 이랜드리테일과 코오롱글로벌이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각각 3000억원, 10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현대상선의 액화천연가스(LNG) 사업부를 인수한 IMM컨소시엄도 인수대금으로 상환전환우선주를 활용했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안에 4000억~5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복잡한 구조 속에 숨은 ‘위험’

상환전환우선주는 배당을 통해 비교적 높은 확정금리를 얻을 뿐 아니라 주식이 오르면 시세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회사채를 발행하면 부채비율이 높아지지만 상환전환우선주는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상환권을 투자자가 아닌 회사가 가지면 자본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직후 상환전환우선주 발행은 위축됐다. 사실상 대출에 가깝기 때문에 IFRS상 자본이 아닌 부채로 회계 처리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2년 12월 SK인천석유화학(당시 SK에너지의 인천정유사업부)이 8000억원에 달하는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한 이후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졌다. 신한프라이빗에쿼티(PE)-스톤브릿지가 당시 SK인천석유화학에 투자하면서 상환전환우선주의 상환 권리를 투자자가 아닌 회사가 갖도록 해 자본으로 인정받는 사례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꺼리는 건설업종의 경우 모회사가 손실보전하는 조건을 달거나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하는 등 안전장치를 포함한 상환전환우선주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두산건설, 올 3월 코오롱글로벌, 6월 한화건설 등이 이 방식을 활용해 발행에 성공했다.

상환전환우선주의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기업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계열사의 상환전환우선주에 모회사가 손실보전해주는 조건을 달 경우 계열사 위기가 그룹 전체로 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손실보전해주기로 한 모회사는 연결 재무제표상 부채가 늘어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6월 발행된 한화건설 상환전환우선주의 경우 (주)한화가 손실보전약정을 해주고 매수청구권(콜옵션)을 가졌다”며 “한화건설은 부채비율이 낮아졌지만 (주)한화 연결재무제표에는 부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 상환전환우선주

채권처럼 만기 때 상환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 국제회계기준(IFRS)상 부채로 분류되지만 회사가 상환권을 가지면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수정/이유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