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국정감사 과정에서 제기된 ‘엉터리 의혹들’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잘못된 사실을 근거로 ‘국내 소비자를 역차별한다’거나 ‘폭리를 취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사실과 다르다”고 조용히 해명하고 있을 뿐, 정치권 눈 밖에 날까봐 내놓고 반발도 못하고 있다.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제기한 ‘삼성 휴대폰, 보증기간 차별’ 논란이 대표적이다. 장 의원은 지난 12일 국감 자료를 통해 “삼성전자 휴대폰 보증기간이 미국 영국 호주 등 해외는 2년인 반면 국내는 1년”이라며 국내 소비자 역차별 논란에 불을 붙였다. 곧바로 인터넷엔 “자국민 등쳐먹는 삼성” “자국민을 호구로 아나”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국내 휴대폰 美보다 비싸다?"…국감 '엉터리 의혹'에 기업 속앓이
삼성전자는 곧바로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휴대폰 보증기간은 국가별 법규에 따른 것으로, 국내에선 삼성뿐 아니라 LG, 애플도 1년만 보증한다는 것. 특히 장 의원 측 주장과 달리 미국의 보증기간도 2년이 아니라 1년이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 측도 전화통화에서 “실수했다”고 인정했지만 정정 자료는 내놓지 않았다.

다음날인 13일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같은 당 문병호 의원이 “국산 스마트폰의 국내 출고가가 미국보다 8만~40만원 비싸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문 의원 측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S5의 국내 출고가는 미국 출고가보다 각각 8만원과 17만원 비싸다. LG전자의 G3와 G플렉스 가격은 각각 28만원과 40만원 더 높다. 예컨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의 국내 출고가는 95만7000원인 반면 미국 출고가는 825달러99센트(약 87만6700원)라는 게 문 의원 측 설명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부가가치세를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비교”라고 발끈했다. 문 의원 측이 국내 휴대폰 출고가는 부가세를 포함한 반면 미국 출고가는 부가세를 빼고 계산했다는 것. 부가세를 뺀 갤럭시노트4의 국내 출고가는 87만원, 미국은 87만6700원으로 오히려 한국이 미국보다 싸고 다른 제품도 가격 차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미국보다 40만원 비싼 휴대폰으로 지목된 G플렉스의 한국 출고가도 문 의원은 108만9000원이라고 발표했지만 LG 측은 79만9700원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문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자료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받은 것”이라고 밝혔을 뿐이다.

앞서 지난 7일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이 판매하는 0~6개월 영아용 분유 대부분이 일일 나트륨 충분섭취량(120㎎)을 초과했다는 지적이 나와 분유업계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영아의 일일 나트륨 섭취량은 월령별로 120~370㎎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이 같은 기준을 무시하고 ‘120㎎ 잣대’를 일괄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는 게 분유업계의 반박이다.

정치권이 이처럼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는 데 대해 재계는 내놓고 비판도 못한 채 속앓이만 할 뿐이다. 자칫 정치권 눈 밖에 나면 총수나 핵심 경영진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돼 곤욕을 치를 수도 있어서다.

삼성은 국감에서 제기된 주요 의혹이 삼성전자를 집중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실적 부진으로 비상 경영에 돌입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국감 악재’까지 터지면서 기업 이미지가 손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휴대폰 관련 의혹을 제기한 의원실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삼성이 휴대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삼성 사례를 언급하는 것일 뿐 다른 뜻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에선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을 공격하면 여론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주용석/고재연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