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한국형 공급생태계를 업그레이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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量産보다 특화가 더 중요한 시대
부품분야 히든챔피언 육성을 위해
기업 사기 돋우고 연구지원 늘려야
유지수 < 국민대 총장·경영학 jisoo@kookmin.ac.kr >
부품분야 히든챔피언 육성을 위해
기업 사기 돋우고 연구지원 늘려야
유지수 < 국민대 총장·경영학 jisoo@kookmin.ac.kr >
한국에서는 여러 경제문제가 자주 똑같은 결론으로 귀결된다. 결국은 부자(富者)가 문제이고, 대기업의 횡포가 경제를 망친다는 것이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교수가 쓴 ‘21세기 자본’의 복잡한 통계분석과 결론을 들춰볼 필요도 없다. 이미 기업을 백안시하며 피케티 교수와 같은 결론을 내린 사람들이 너무 많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기업 총수를 불러 호통을 치겠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스며든 이런 반(反)기업 정서, 대기업 총수와 부자에 대한 막연한 반감을 이용하려는 속셈일 것이다.
한국 경제가 이나마 지탱하고 있는 것은 한국형 공급생태계를 조성해 앞선 나라들과 경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형 공급생태계의 핵심이라 할 대기업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조립업체, 부품업체의 관계는 어미 코끼리와 새끼 코끼리의 관계와 비슷하다. 코끼리 무리는 우두머리 어미 코끼리가 어디로 이끄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 그런데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들이 하는 행태를 보면 아예 어미 코끼리 역할을 하는 대기업을 쳐내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한국형 공급생태계를 이끌며 국가 경제에 지대한 공헌을 한 대기업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의 성공은 한국형 공급생태계에서 ‘히든챔피언’ 즉, 강소기업이 얼마나 나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독일에는 히든챔피언이 1307개나 된다. 독일 경제의 강력한 경쟁력은 이들 히든챔피언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제조업의 공급생태계 안에도 매출이 수천억에서 조 단위가 되는 중견기업들이 많이 생겼다. 대기업이 OEM 조립업체, 부품업체 집단을 잘 이끌어 진정한 동반성장이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한참 부족하다. 불행히도 한국은 인구 대비 히든챔피언이 가장 적은 산업국가의 하나다.
히든챔피언이 되려면 무엇보다 부품업체의 자구노력이 중요하다. ‘21세기 히든챔피언’의 저자 허만 지몬 교수는 히든챔피언이 된 회사들의 일곱 가지 공통점을 기술하고 있다. 높은 목표 설정, 집중력, 세계화, 혁신, 고객과 밀착, 능력 있고 충성도 높은 직원, 강력한 리더십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영세한 한국 부품업체에 요구하기 어려운 요건도 있다. 일방적으로 부품업체에만 과제를 떠넘기고 히든챔피언이 나오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대기업의 OEM 생산과 관련한 연구개발(R&D) 지원을 끊어 부품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부품업체들의 기술력 향상 과제가 더욱 더 요원해지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OEM 방침도 중요하다. 특히 납품단가 결정은 부품업체의 기술력을 살려주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 OEM 개발이 단기성과에 치우쳐도 생태계가 무너진다. 어미 코끼리가 새끼 코끼리의 양식을 채 가는 일이 있어서도 안되겠다.
유럽은 산업화 역사가 200년을 넘는다. 한국의 산업화는 50년도 안된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회피하는 문화적 요소도 히든챔피언의 탄생을 저해하는 요소다.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국회에서 기업 총수를 불러 호통이나 치는 정치를 하면 기업인은 너도나도 해외 이전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기업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국회에서는 호통이나 치고 있으니 누가 국내에서 기업을 하고자 하겠는가.
한국형 공급생태계를 살리려면 우선 기업인의 사기를 북돋워야 한다. 히든챔피언이 나올 수 있도록 대기업 기술 개발관련 지원도 절실하다. 국회도 정부 R&D 사업에 대한 국감 방향을 바꿔야 한다. R&D 성과를 연(年) 단위로 내놓으라고 호통을 치면 결국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전시용 성과만 양산될 뿐이다. 인내심을 갖고 지속성 있는 투자가 필요한 까닭이다.
대기업, OEM 조립업체, 부품업체의 상생노력, 정부의 R&D 지원, 정치권의 뒷받침이 없으면 한국의 공급생태계는 위태롭게 된다. 어미 코끼리가 새끼 코끼리를 잘 성장시킬 수 있는 범국가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유지수 < 국민대 총장·경영학 jisoo@kookmin.ac.kr >
한국 경제가 이나마 지탱하고 있는 것은 한국형 공급생태계를 조성해 앞선 나라들과 경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형 공급생태계의 핵심이라 할 대기업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조립업체, 부품업체의 관계는 어미 코끼리와 새끼 코끼리의 관계와 비슷하다. 코끼리 무리는 우두머리 어미 코끼리가 어디로 이끄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 그런데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들이 하는 행태를 보면 아예 어미 코끼리 역할을 하는 대기업을 쳐내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한국형 공급생태계를 이끌며 국가 경제에 지대한 공헌을 한 대기업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의 성공은 한국형 공급생태계에서 ‘히든챔피언’ 즉, 강소기업이 얼마나 나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독일에는 히든챔피언이 1307개나 된다. 독일 경제의 강력한 경쟁력은 이들 히든챔피언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제조업의 공급생태계 안에도 매출이 수천억에서 조 단위가 되는 중견기업들이 많이 생겼다. 대기업이 OEM 조립업체, 부품업체 집단을 잘 이끌어 진정한 동반성장이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한참 부족하다. 불행히도 한국은 인구 대비 히든챔피언이 가장 적은 산업국가의 하나다.
히든챔피언이 되려면 무엇보다 부품업체의 자구노력이 중요하다. ‘21세기 히든챔피언’의 저자 허만 지몬 교수는 히든챔피언이 된 회사들의 일곱 가지 공통점을 기술하고 있다. 높은 목표 설정, 집중력, 세계화, 혁신, 고객과 밀착, 능력 있고 충성도 높은 직원, 강력한 리더십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영세한 한국 부품업체에 요구하기 어려운 요건도 있다. 일방적으로 부품업체에만 과제를 떠넘기고 히든챔피언이 나오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대기업의 OEM 생산과 관련한 연구개발(R&D) 지원을 끊어 부품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부품업체들의 기술력 향상 과제가 더욱 더 요원해지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OEM 방침도 중요하다. 특히 납품단가 결정은 부품업체의 기술력을 살려주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 OEM 개발이 단기성과에 치우쳐도 생태계가 무너진다. 어미 코끼리가 새끼 코끼리의 양식을 채 가는 일이 있어서도 안되겠다.
유럽은 산업화 역사가 200년을 넘는다. 한국의 산업화는 50년도 안된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회피하는 문화적 요소도 히든챔피언의 탄생을 저해하는 요소다.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국회에서 기업 총수를 불러 호통이나 치는 정치를 하면 기업인은 너도나도 해외 이전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기업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국회에서는 호통이나 치고 있으니 누가 국내에서 기업을 하고자 하겠는가.
한국형 공급생태계를 살리려면 우선 기업인의 사기를 북돋워야 한다. 히든챔피언이 나올 수 있도록 대기업 기술 개발관련 지원도 절실하다. 국회도 정부 R&D 사업에 대한 국감 방향을 바꿔야 한다. R&D 성과를 연(年) 단위로 내놓으라고 호통을 치면 결국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전시용 성과만 양산될 뿐이다. 인내심을 갖고 지속성 있는 투자가 필요한 까닭이다.
대기업, OEM 조립업체, 부품업체의 상생노력, 정부의 R&D 지원, 정치권의 뒷받침이 없으면 한국의 공급생태계는 위태롭게 된다. 어미 코끼리가 새끼 코끼리를 잘 성장시킬 수 있는 범국가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유지수 < 국민대 총장·경영학 jisoo@kookmin.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