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위선으로 가득 찬 잉꼬부부의 슬픈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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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24일 개봉 '나를 찾아줘'
24일 개봉 '나를 찾아줘'
소문난 잉꼬부부의 결혼 5주년 기념일에 아내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가 실종된다. 남편 닉(벤 에플렉)은 즉각 경찰에 신고하지만 왠지 초조함이나 안타까움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는다. 곧 다른 증거들이 발견되면서 닉은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게 된다. 미디어는 닉을 ‘여론재판’으로 몰아간다. 범행을 완강하게 부인하는 닉은 경찰에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뿐 아니라 시민들의 동정표도 구해야 사형을 면할 수 있다. 이즈음 아내의 악행이 조금씩 드러나며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나를 찾아줘(Gone Girl)’는 스릴러의 명장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플롯은 관객들의 뒤통수를 치며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하게 만든다.
영화는 현대 사회의 부부 생활이 얼마나 허위와 위선으로 가득한지 고발한다. 처음에는 서로에게 눈멀어 결혼하지만 몇 년이 지나면 불만뿐 아니라 심지어 공포심을 갖게 된다. 닉은 자신을 노예처럼 장악하려는 에이미의 소유욕으로부터 탈출하려고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다. 에이미는 그런 닉에게 질투심이 타오른다. 부부 생활에 다반사로 일어나는 소유욕과 질투심, 불륜행각 등은 서로를 죽이고 싶은 마음으로까지 확장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하지만 금세 깨질 것만 같은 결혼 생활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의해 봉합되고 있다는 점도 일깨워준다. 미디어가 닉을 여론재판에 부친 장면이 그것이다. 닉은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공개적으로 아내를 사랑한다고 외친다. 물론 시청자들의 동정표를 얻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방송을 본 에이미는 닉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되레 자신이 나쁜 여자가 될까 놀라운 결정을 하게 된다.
부부 생활의 속내는 오로지 부부만의 비밀이란 점도 알려준다. 극중 방송은 포장된 거짓을 보도하고, 이웃집 여인은 에이미에게 감쪽같이 속으며, 경찰은 아무런 진실을 알아내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는 장면들은 상징적이다.
핀처 감독은 현대인의 슬픈 초상을 독특한 형식으로 표현하는 데 능숙하다. 성서 속 살인 모티브를 통해 인간의 원죄를 환기시킨 ‘세븐’, 싸워야만 존재의 공허함을 잊을 수 있다는 내용의 ‘파이트 클럽’, 시간이 흐를수록 젊어지는 주인공을 통해 생의 근원적인 비극성을 그려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은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고루 받았다. ‘나를 찾아줘’는 길리언 플린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스크린에 옮겼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오는 23일 개봉하는 ‘나를 찾아줘(Gone Girl)’는 스릴러의 명장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플롯은 관객들의 뒤통수를 치며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하게 만든다.
영화는 현대 사회의 부부 생활이 얼마나 허위와 위선으로 가득한지 고발한다. 처음에는 서로에게 눈멀어 결혼하지만 몇 년이 지나면 불만뿐 아니라 심지어 공포심을 갖게 된다. 닉은 자신을 노예처럼 장악하려는 에이미의 소유욕으로부터 탈출하려고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다. 에이미는 그런 닉에게 질투심이 타오른다. 부부 생활에 다반사로 일어나는 소유욕과 질투심, 불륜행각 등은 서로를 죽이고 싶은 마음으로까지 확장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하지만 금세 깨질 것만 같은 결혼 생활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의해 봉합되고 있다는 점도 일깨워준다. 미디어가 닉을 여론재판에 부친 장면이 그것이다. 닉은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공개적으로 아내를 사랑한다고 외친다. 물론 시청자들의 동정표를 얻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방송을 본 에이미는 닉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되레 자신이 나쁜 여자가 될까 놀라운 결정을 하게 된다.
부부 생활의 속내는 오로지 부부만의 비밀이란 점도 알려준다. 극중 방송은 포장된 거짓을 보도하고, 이웃집 여인은 에이미에게 감쪽같이 속으며, 경찰은 아무런 진실을 알아내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는 장면들은 상징적이다.
핀처 감독은 현대인의 슬픈 초상을 독특한 형식으로 표현하는 데 능숙하다. 성서 속 살인 모티브를 통해 인간의 원죄를 환기시킨 ‘세븐’, 싸워야만 존재의 공허함을 잊을 수 있다는 내용의 ‘파이트 클럽’, 시간이 흐를수록 젊어지는 주인공을 통해 생의 근원적인 비극성을 그려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은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고루 받았다. ‘나를 찾아줘’는 길리언 플린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스크린에 옮겼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