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이면 성수대교(사진)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20년이 된다. 1994년 10월21일 오전 7시40분께 교각 10번과 11번 사이 상판 48m 구간이 무너지면서 버스 등 출근길 차량이 추락, 3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대형 참사였다. 이 사고를 기점으로 교량 안전관리가 획기적으로 바뀌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성산대교 등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일부 한강 교량은 노후화가 심각해 대규모 투자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붕괴 후 변모한 성수대교

서울시는 성수대교 붕괴 사고 20주년을 엿새 앞둔 15일 성수대교 하부를 공개했다. 올 들어 세월호 참사 등 사고들이 잇달아 발생하는 가운데 교량 안전관리를 확실히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성수대교는 현대건설의 시공으로 1997년 복구돼 43.2t 차량(1대 기준)까지 통과할 수 있는 1등교로 개선돼 현재 하루 9만7000대의 차량이 오가고 있다. 서울시는 성수대교 붕괴 후 강화된 교량 안전관리 체계를 소개했다. △낙교 방지턱 △온라인 감시 시스템 △1인 1시설물 전담주치의 제도 △정기점검·정밀점검·정밀안전진단 의무 실시 △1996년 이전 완공 교량에 대한 내진 보강 △수중 점검선 개발 등이다.

낙교 방지턱은 교량이 끊어져도 한강으로 떨어지지 않게 한 번 더 잡아주는 이중 안전장치다. 1996년 이전에 지어진 천호대교, 올림픽대교 등 10곳은 지진 규모 7~8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 1등급으로 보강했다.

◆성산·동호대교 노후화 심해

한강을 횡단하는 교량은 총 29개다. 이 중 서울시 관내에 있는 교량은 21개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21개 교량의 안전성 등급은 모두 A등급이다. 하지만 노후화 상태를 가늠하는 상태평가에선 19곳이 B등급이다. 개통 후 30년이 넘은 성산대교와 동호대교가 C등급을 받았다. 21개 교량 중 30%가 넘는 8곳이 지어진 지 30년이 넘었다.

특히 하루 14만여대의 차량이 오가는 성산대교의 노후화가 심각하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마포와 영등포를 잇는 성산대교는 경기 고양시에서 진입하는 차량들로 인해 한강 교량 중 가장 붐비는 곳이다. 그럼에도 차량 통과용량은 다른 교량에 비해 낮은 32t에 불과한 2등교다. 이에 따라 성산대교는 차가 다니는 상부뿐 아니라 상부를 받치는 슬래브에도 손상이 심각한 상태다.

서울시가 2010년부터 올해까지 한강 교량 유지·보수를 위해 투입한 예산은 1068억원에 달한다. 2011년 171억원에서 올해 252억원으로 늘었다. 내년엔 성산대교 보수 예산까지 추가되면서 몇 배로 불어날 전망이다. 성산대교를 보수하는 데만 최소 1000억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강 교량을 새로 건설하는 비용(3000억~4000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달한다. 한제현 서울시 시설안전정책관은 “성수대교 붕괴 사고 이전에는 육안으로만 이상 여부를 확인했을 뿐 체계적인 교량 안전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제때 관리를 하지 못해 지금 더 많은 보수 비용이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