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행사 대표가 한숨과 함께 털어놓은 말이다.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아파트 용지를 공급하는 LH가 갑작스럽게 규정을 강화해 혼선이 일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개발업계가 발끈한 건 아파트용지 입찰 자격에 건설면허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LH는 최근 동탄2신도시 A35·68·103블록 땅 매각 공고를 냈다. 수도권 분양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중대형 건설사와 시행사 대부분이 이 땅에 눈독을 들였다. 그런데 모집공고엔 예전과 달리 1순위 자격이 ‘주택법 제9조에 의해 주택건설사업자로 주택건설 실적과 시공능력을 모두 보유한 자’로 규정됐다. 주택건설사업자로 등록돼 있으면 누구나 입찰할 수 있었으나 이번에 최근 3년간 300가구 이상 주택건설(준공) 실적이 있는 업체로 한정했다.
LH의 입찰 자격 강화 결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지난해부터 일부 주택전문업체들이 수십개의 위장 계열사를 동원해 땅 당첨 확률을 높인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수도권 공동주택지 경쟁률이 400 대 1을 넘는 등 과열 조짐도 나타났다. 대형 건설사와 중견 주택업체들은 수도권 아파트 용지를 확보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해 온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H가 갑작스레 주택건설실적을 자격요건에 포함시킨 건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발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상당수 정상적인 시행사들도 함께 된서리를 맞게 됐다.
한 시행사 대표는 “시행과 시공을 분리해 디벨로퍼 전문성을 키우고 건설사 재무상황을 건전하게 관리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며 “납득할 만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시행사 입찰 자격을 박탈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위장 계열사를 앞세운 ‘인해전술식’ 땅 입찰을 걸러내기 위한 LH의 자격 강화 결정이 디벨로퍼들의 정상적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지 점검이 필요하다.
김진수 건설부동산부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