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락에 깜짝 > 한 트레이더가 1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놀란 표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장중 3% 가까운 460포인트 폭락했다. 뉴욕AP연합뉴스
< 급락에 깜짝 > 한 트레이더가 1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놀란 표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장중 3% 가까운 460포인트 폭락했다. 뉴욕AP연합뉴스
세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미국 실물경제지표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나홀로 성장’이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뉴욕증시는 호전된 지표 발표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로 출발했다. 지난 2분기 높은 성장률(4.6%)를 기록한 미국 성장세가 3분기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미 경제실물지표

미 중앙은행(Fed)은 이날 9월 미국 산업생산이 전월보다 1.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012년 1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였던 0.4%를 크게 웃돌며 0.2% 감소했던 전월보다 대폭 상승한 수치다.

산업생산의 75%를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이 0.5% 증가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날 발표된 9월 설비가동률도 전월보다 0.5%포인트 늘어난 79.3%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경제의 핵심 분야인 제조업이 글로벌 경제 둔화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소매부문의 부진이 문제다. 미 상무부는 전날 9월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0.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8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소매판매는 미국 경제의 핵심(국내총생산의 약 70%)인 소비지출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테드 와이즈먼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심리가 신중한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며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3.4%에서 3.1%로 햐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이날 올해 매출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5~6%에서 2~3%로 낮췄다. 내년에도 큰 폭의 개선은 힘들다며 2~4% 선에서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 13개월 만에 처음 떨어진 것이다. 수요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올 들어 Fed 목표치(2%)를 향해 가고 있던 물가상승률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왔다.

WSJ는 “원자재 가격 하락세와 달러 강세로 인한 수입물가 하락이 물가 방향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성장 둔화 우려 국채금리 급락

산업생산 지표가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주간실업청구수당도 14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슨산업평균지수는 100포인트 넘게 하락 출발했다. 다우지수는 전날 장중 460포인트 폭락하는 등 닷새 동안 5% 넘게 떨어졌다. 주가 하락세가 지속되면 마이너스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나타나 소비지출은 더욱 위축된다.

경기 하강 우려가 증폭되면서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대거 몰렸다. 그 여파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언 스틸리 JP모간 에셋매니지먼트 전략가는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하락 전망이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이 미 국채로 대거 몰렸다”고 말했다.

○글로벌 디플레 우려 확산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 하락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과 일본의 디플레이션(장기적인 물가 하락) 공포가 세계 곳곳으로 전염되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WSJ는 최근 원자재가격 하락이 미국과 신흥국의 디플레이션까진 아니더라도 물가상승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자재가격 하락과 글로벌 물가 하락은 세계 경제의 수요 둔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성장률 선행지표로 불리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미국 독일 일본에서 동반 급락하고 있는 것도 글로벌 경제의 성장 둔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뉴욕=장진모/이심기 특파원/강영연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