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경제 흐름따라 춤추는 대중음악
비틀스의 초기 히트곡 ‘머니’의 가사는 노골적이다. “돈이 내가 유일하게 원하는 거야,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리버풀의 가난한 노동자 자식들인 비틀스 멤버들은 인플레이션에 낮은 생산성, 잦은 노사갈등으로 신음하던 당시 영국 경제 상황에서 돈을 벌어 가난을 탈출하려는 욕망에 타올랐다.

《팝, 경제를 노래하다》는 대중음악을 통해 세계 경제사를 살펴본다. 대중음악이 경제에 민감한 대중의 정서를 직간접적으로 반영했다는 점에 착안해 1930년대 대공황기에 희망을 불러일으켰던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Over the Rainbow)’부터 2000년대 금융위기 상황을 반영한 그린데이의 ‘네 적을 알라’까지 영국과 미국 대중음악과 경제 흐름의 상관관계를 고찰했다.

1960년대 미국 경제가 활짝 피면서 걱정거리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신나는 서핑 뮤직이 유행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함께 장기 불황에 빠진 영국에서는 거침없이 분노를 쏟아내는 펑크록이 태어났다. 반면 오일쇼크로 대공황기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에 시달렸던 미국에서는 ‘봄날이 왔다’고 노래하는 디스코 ‘토요일 밤의 열기’ 열풍이 불었다. 어려운 때이지만 긍정적으로 춤추며 시름과 고통을 잊자는 의도가 녹아 있었다.

국내에서는 오일쇼크가 강타한 1970년대 석유를 갈구하는 ‘제7광구’가 나왔고 외환위기를 겪던 1990년대 후반에는 그때까지 가요계 흐름과 전혀 분위기가 달랐던 크라잉넛, 노브레인 등 펑크록이 유행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