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편견 없이 바라본 담헌 "오랑캐에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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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용과 1766년
강명관 지음 / 한국고전번역원 / 264쪽 / 1만2000원
강명관 지음 / 한국고전번역원 / 264쪽 / 1만2000원
조선 후기 실학자인 담헌 홍대용(1731~1783·그림)은 지전설(地轉說)과 우주무한론(宇宙無限論) 등 독창적인 이론을 제창한 과학사상가로 잘 알려졌다. 이런 자연관을 근거로 ‘화이(華夷)’의 구분을 부정하고 민족의 주체성을 강조했으며 인간도 대자연의 일부로서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노론 명문가에서 태어난 홍대용은 원래 중화 사상이 뼛속 깊이 박혀 있는 성리학자였다. 그의 생각과 시각에 일대 전환점을 마련한 계기는 1766년 청나라 수도 연경에 두 달간 머물렀던 중국 여행이었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는 《홍대용과 1766년》에서 홍대용이 청나라를 여행하고 남긴 연행록 《연기》와 《을병연행록》을 깊이있게 읽는다. 당시 국제 정세와 문화, 풍습, 사회 모습과 함께 홍대용의 행적과 대화, 관찰, 사유 등을 꼼꼼하게 소개하며 그의 연행록이 조선 지성계와 문화계에 끼친 영향을 고찰한다.
홍대용이 조선 사신단의 일원으로 청나라를 방문할 당시 조선 지배층은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운 명에 대해 충절을 지켜야 한다는 ‘대명의리’와 명을 위해 청에 복수해야 한다는 ‘북벌’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홍대용도 다르지 않았다. 100년 넘게 중국을 다스리는 청을 오랑캐로 여기며 비하했다. 하지만 그는 편견과 선입관에 갇히지 않고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있는 그대로’ 기술했다.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를 거치며 전성기를 누리던 청의 물질문명에 대해 세밀하고 치밀한 기록을 남겼다. 이는 청의 체제와 번영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진다. 또 당시 지식인으로 드물게 엄성, 반정균, 육비 등 당대 중국 지식인들과 청의 정치, 문학, 사상, 문화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토론하고 호형호제하는 우정을 쌓았다.
홍대용의 연행록은 당시 보수적인 조선 지배층과 지식인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박제가 박지원 등에게 영향을 미쳐 ‘북벌’이 아닌 청의 물질문명을 배우고 받아들이자는 ‘북학’을 낳았다. 저자는 “담헌이 그랬듯 서로 대화를 통해 국경을 초월한 우정을 쌓고 이해의 폭을 넓혀 평화와 공존의 지혜를 찾는 것이 진정한 세계화”라고 말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노론 명문가에서 태어난 홍대용은 원래 중화 사상이 뼛속 깊이 박혀 있는 성리학자였다. 그의 생각과 시각에 일대 전환점을 마련한 계기는 1766년 청나라 수도 연경에 두 달간 머물렀던 중국 여행이었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는 《홍대용과 1766년》에서 홍대용이 청나라를 여행하고 남긴 연행록 《연기》와 《을병연행록》을 깊이있게 읽는다. 당시 국제 정세와 문화, 풍습, 사회 모습과 함께 홍대용의 행적과 대화, 관찰, 사유 등을 꼼꼼하게 소개하며 그의 연행록이 조선 지성계와 문화계에 끼친 영향을 고찰한다.
홍대용이 조선 사신단의 일원으로 청나라를 방문할 당시 조선 지배층은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운 명에 대해 충절을 지켜야 한다는 ‘대명의리’와 명을 위해 청에 복수해야 한다는 ‘북벌’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홍대용도 다르지 않았다. 100년 넘게 중국을 다스리는 청을 오랑캐로 여기며 비하했다. 하지만 그는 편견과 선입관에 갇히지 않고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있는 그대로’ 기술했다.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를 거치며 전성기를 누리던 청의 물질문명에 대해 세밀하고 치밀한 기록을 남겼다. 이는 청의 체제와 번영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진다. 또 당시 지식인으로 드물게 엄성, 반정균, 육비 등 당대 중국 지식인들과 청의 정치, 문학, 사상, 문화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토론하고 호형호제하는 우정을 쌓았다.
홍대용의 연행록은 당시 보수적인 조선 지배층과 지식인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박제가 박지원 등에게 영향을 미쳐 ‘북벌’이 아닌 청의 물질문명을 배우고 받아들이자는 ‘북학’을 낳았다. 저자는 “담헌이 그랬듯 서로 대화를 통해 국경을 초월한 우정을 쌓고 이해의 폭을 넓혀 평화와 공존의 지혜를 찾는 것이 진정한 세계화”라고 말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