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블랙홀" 제동에도…개헌론 불붙인 김무성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사진)가 16일 개헌을 통한 국가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의 검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한층 탄력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개헌 논의에 따른 권력 누수를 우려하는 청와대와 당내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개헌 ‘시기상조론’을 펴고 있어 김 대표의 이번 개헌 구상으로 당·청뿐만 아니라 당내 계파 갈등이 심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분권형 대통령제’ 논의 시동

김 대표는 평소 “대통령 임기 5년이 무능한 대통령에게는 너무 길고, 유능한 대통령에게는 너무 짧다”며 4년 중임 대통령제 시행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중국 방문에서 ‘분권형 대통령제’가 핵심인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밝히면서 향후 논의 과정에서 이 모델이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이날 중국 상하이 훙차오 영빈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 우리 사회는 철저한 진영 논리에 빠져 되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우리 사회 분위기나 성숙도가 (정치적) 중립지대를 허용하는 수준은 됐기 때문에 연정을 통해 사회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다음 대선(2017년)에 가까이 가면 (개헌은 또) 안 되는 것”이라며 본격적인 개헌 논의가 바로 시작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데 여야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현재 국회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에는 원내 과반인 여야 150명 이상의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 모임의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김 대표의 발언에 곧바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우 원내대표는 “김 대표가 정치 개혁의 근본적 문제를 잘 파악하고 있다고 본다”며 “갈등이 많은 우리나라는 다수결에 의한 승자 독식보다 합의에 의한 분권형 권력 구도를 갖춘 오스트리아나 독일 같은 나라가 전형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개헌 시기와 관련, “국회 특위를 만들어 정기국회가 끝난 직후 논의에 착수하고, 내년 상반기 중에 개헌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이 반대한 지 10일 만에…

하지만 개헌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청와대와 당내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개헌 논의와 관련해 ‘시기상조론’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개헌은 또 다른 경제 블랙홀을 유발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당내 친박계도 김 대표의 개헌 구상에 반발하고 있다. 친박 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국민적 요구가 무르익는 (개헌) 시점이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정치권은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몰두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개헌 논의에 따른 권력 누수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회 관계자는 “개헌 논의는 현재 권력의 국정 주도권을 흔드는 대표적인 정치 이슈”라며 “개헌을 둘러싼 당내 친박 세력과 비주류 간 갈등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이원집정부제

대통령 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한 권력구조. 국민이 뽑는 대통령은 외교·통일·국방 등 외치를 전담하고, 의회가 선출하는 총리는 내치를 관장한다. 대통령은 조약 체결·국방통수권·국회 해산·정당 해산 제소·계엄 선포·긴급명령 등의 권한을, 총리는 행정부 통할·법률안 제출권·예산편성권·행정입법권 등의 권한을 갖는다. 대통령에게 쏠린 권력을 나눠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상하이=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