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이마트 트레이더스, 롯데 빅마켓 등 창고형 할인점이 명품 브랜드를 값싸게 살 수 있는 틈새 유통 채널로 자리잡고 있다.

병행수입 업체들을 통해 확보한 제품을 명품 브랜드의 국내 공식 매장 가격보다 최고 30% 정도 싸게 판매하고 있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제품만 소량 판매하기 때문에 제품군이 다양하지 않은 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계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에서는 최근 페라가모, 펜디, 에트로 등 명품 의류·잡화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코스트코는 매장에 유리 진열장을 설치하고 이들 브랜드의 핸드백 등 잡화 제품을 진열하거나 아예 판매대에 올려놓은 뒤 소비자들이 직접 만져보고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의 송아지 가죽 쇼퍼백인 ‘투쥬르’의 판매 가격은 179만9000원으로, 공식 매장 판매가 260만원보다 30.8% 싸다.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는 페라가모의 ‘소피아 백’을 공식 매장(235만원)보다 32% 저렴한 159만8000원에 팔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개점 첫해인 2012년 8개에 불과했던 명품 브랜드를 지난해 11개, 올해는 13개로 꾸준히 늘리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6% 증가했다. 성하용 이마트 트레이더스 비식품매입팀장은 “병행수입을 확대해 취급 명품 브랜드 수는 물론 물량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의 창고형 할인점인 빅마켓에서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수키 토트백’을 199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의 공식 매장 가격인 221만5000원보다 9.8% 싸다.

빅마켓은 지난해 9월 715만원짜리 샤넬 ‘2.55 캐비어 빈티지’를 578만9000원에 판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할인점은 루이비통, 프라다, 발렌시아가, 셀린느, 마크제이콥스, 보테가베네타 등의 제품도 판매해왔다. 지난해 15개였던 명품 의류·잡화 브랜드 수를 올해는 20개로 늘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명품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0.5% 증가했다.

빅마켓 관계자는 “관세청의 ‘병행수입 통관인증제’를 도입한 뒤 짝퉁 명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해소된 게 매출로 직결됐다”며 “차별화된 제품군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 명품 브랜드를 꾸준히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청은 2012년 8월부터 고가 수입 물품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상표권자가 아닌 제3의 유통 경로로 적법하게 수입되는 병행수입 물품에 통관 표지를 붙이는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빅마켓은 지난해부터 병행수입 제품에 관세청의 통관 인증을 확인할 수 있는 QR코드를 부착하고 AS도 제공하고 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