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에 치러진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에 출제 오류가 있다며 수험생들이 낸 소송 2심에서 법원이 1심을 뒤집고 수험생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대학에 탈락한 수험생들이 불합격 취소소송과 손해배상을 제기하는 등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민중기)는 16일 김모씨 등 수험생 4명이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정답을 2번으로 보고 내린 등급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받아들였다.

수험생들은 평가원이 세계지리 8번 문항에서 ‘EU가 NAFTA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다’는 보기 ㉢이 맞는 설명이라고 보고 수능 등급을 매기자 문제 자체에 오류가 있다며 등급 결정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평가원은 교과서에서는 EU가 최대 경제권이라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실제 2010년 이후의 총생산액 및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평균 총생산액이 유럽연합(EU)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더 크므로 평가원이 맞다고 본 ㉢지문은 명백히 틀리다”며 “결과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옳은 선택지가 없기에 평가원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수능 출제 범위를 고등학교 교육과정으로 제한한다는 것은 실제 그 교과서가 진실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적용되는 원칙”이라며 “정답으로 예정된 답안이 진실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 객관적 사실·진실이 담긴 답안도 함께 정답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송을 담당한 임윤태 변호사는 “신문 등을 통해 교과서를 넘어 더 열심히 공부한 수험생들이 틀리게 됐다”며 “3점짜리 문제여서 수험생 중 일부는 등급이 두 단계나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수능 성적만으로 합격, 불합격을 판단한 대학을 상대로는 합격을 요구하는 소송을 걸고 국가를 상대로는 수험생들이 입은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심은 “8번 문제에서 ㉠지문은 명백히 옳고 ㉡, ㉣지문은 명백히 틀렸기 때문에 평균 수준의 수험생이 (㉠ ㉢이 있는) 2번을 정답을 고르는 데 어려움이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일 내에 판결문을 받아 재판부가 어떤 근거로 판결을 내렸는지 검토한 뒤 상고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