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트레스' 받은 지자체…물불 안가리는 '水싸움'
수자원 확보와 물값 이용료를 둘러싸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지자체 간 물 분쟁은 민선 6기 출범 이후 전국 주요 강이 인접한 지역을 중심으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공과 지자체의 물값 분쟁

물 분쟁의 대표적인 사례는 댐용수를 관리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와 지자체의 갈등이다. 대개 물값은 공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강 등 국가하천을 취수원으로 이용하는 지자체는 수공에 매년 수백억원의 물값을 내야 한다. 대신 수공은 댐 건설 이전에 각 지자체가 사용하던 수량을 기득수리권으로 인정해 무료 사용권을 주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열린 1심 판결에서 수공을 대상으로 낸 ‘한강 물값’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시는 수질 개선을 위해 취수원을 기존 구의·자양취수장에서 2011년 팔당댐 인근의 강북취수장으로 옮겼다. 수공은 취수원을 이전하면 기존의 기득수리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추가로 170억원을 내라고 하자 서울시가 이에 반발해 소송을 낸 것이다.

수공은 서울시를 비롯해 인천시, 대구시, 경기도 6개 시·군, 강원 춘천시 등 10여개 지자체와 물값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수돗물 원수 공급 독점권을 갖고 있는 수공이 물값만 받고 수질 개선 투자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한다.
'水트레스' 받은 지자체…물불 안가리는 '水싸움'
◆지자체 간 식수원 확보 전쟁

깨끗한 식수원을 확보하기 위한 지자체 간 갈등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부산시는 경남 진주의 남강댐 용수 공급을 놓고 경상남도와 10여년째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부산시는 1990년대 중반부터 낙동강 수질오염이 심해지면서 깨끗한 남강댐 물을 공급받으려고 했지만 경상남도의 반대에 부딪혔다. 부산에 남강댐 물을 공급할 경우 경남의 물 공급량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병수 부산시장과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난 2일 만나 낙동강 수계의 좋은 물을 공유하겠다는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경남 주민들의 반발이 변수다.

경상남도는 지리산댐 건설을 놓고 전북·전남 기초자치단체와 충돌하고 있다. 홍 지사는 6·4 지방선거 이후 홍수 조절과 식수 확보를 위해 경남 함양에 지리산댐(문정댐) 건설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북과 전남 시·군은 댐이 건설되면 기후변화로 환경이 파괴되고 농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충청남도와 전라북도는 충청 지역의 농업·공업용수 취수원인 금강호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충청남도는 금강호 수질 개선을 위해 금강호를 서해와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금강호에 해수가 유입되면 전북 지역의 농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반발한다.

◆한국은 심각한 물 부족 국가

수자원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한 데서 비롯된 지자체 간 갈등은 향후 물 부족 현상이 심해질수록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2년 펴낸 ‘2050 환경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가용 수자원 대비 물 수요 비율이 40%를 넘어 OECD 국가 가운데 물 부족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이 40%를 초과하면 ‘심각한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하는데 여기에 속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수공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연간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이 1453㎥로, 세계 153개 국가 중 북한(3366㎥·92위)에 비해서도 낮은 129위로 대표적인 물 부족 국가다.

강경민/부산=김태현/대전=임호범/광주=최성국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