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대기업에 많이 취업시키자 목표공유
취업반 만들고 통닭·피자 주며 격려 관리기법
이 같은 ‘폭풍성장’의 배경에는 2010년 취임한 홍순직 총장이 있었다.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달 말 저녁 전북 전주의 한 고즈넉한 개조 한옥 건물에 있는 버섯전골 전문점 ‘청학동버섯전골’에서 홍 총장을 만났다. 자리에 앉자마자 홍 총장은 “대학의 서비스 질은 학생을 얼마나 취업시키느냐에 달려 있다”며 “대학의 처음과 끝은 취업”이라고 강조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화장실 청소
“여기 오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자주 옵니다.” 홍 총장은 반찬으로 나온 버섯탕수, 버섯전, 버섯깐풍기, 도토리묵 등에 번갈아 젓가락을 가져가며 말을 이어갔다. 이날 메뉴는 이곳의 주 메뉴인 불로장생정식. 상을 내려다보니 고기나 생선 요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버섯과 채소 위주의 요리들이다. 먹고 나면 속이 개운하고 부담스럽지 않아 즐겨 찾는 집이라는 것이 홍 총장의 설명이다.
홍 총장이 15년간의 삼성그룹 근무를 마치고 전주비전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목표로 삼은 것은 학생을 ‘대기업’에 최대한 많이 취업시키는 것이었다. “주변 농촌에 미래에 대한 목표도, 계획도 없이 대학만 나오자는 생각을 가진 학생이 많았죠. 부모들이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게 해주려고 대학을 보냈을 텐데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취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화장실 청소였다. 학교에 와서 지저분한 실습실을 본 뒤 시작한 일이었다. 직접 솔을 쥐고 독한 냄새가 나는 청소용액을 뿌려가며 변기를 닦았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뒤 새벽 두 시까지 책·걸상을 정리하고 강의실 불을 끄고 퇴근했다. 총장이 나서서 궂은일을 하니 교직원들도 정리정돈하기 시작했고 학교가 깨끗해졌다. 홍 총장은 “첫날은 변기 세 개를 닦으니 하루가 다 가더군요. 총장이 직접 청소하니 다들 따라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학생들 면접시험에 따라가
‘달변’이라는 소문만큼 홍 총장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새콤한 맛이 입맛을 돋우는 오미자술을 권하며 본인도 단숨에 한 잔 들이켰다.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난 뒤 홍 총장은 취업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삼성반, LG반, 두산반 등 대기업 취업반과 우량 중소기업 취업반을 만들었다. 학생들에게 수업이 끝나고 취업반에 와서 공부하라고 했지만 처음에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집에 농사일 도우러 가야 한다고 그러더군요.”
홍 총장은 꾀를 냈다. 학교 근처에 있는 닭고기 생산 업체인 하림 공장에 ‘학생들에게 먹이려고 하니 닭을 좀 달라’고 부탁해 한 달에 200마리 정도 받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제공받은 간식을 ‘미끼’로 썼다. 월요일은 ‘닭 먹는 날’, 화요일은 ‘빵 먹는 날’, 수요일은 ‘피자 먹는 날’ 등으로 정해 매일 다른 간식을 제공하자 학생들이 취업반에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취업반은 교수들이 직접 관리하고 매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운영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가고 싶은 회사 5개를 정해 시험 출제 경향과 면접, 자기소개서 쓰는 요령 등을 배우고 분석하는 훈련을 받았다.
홍 총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경기 파주에 있는 LG디스플레이에 학생들을 면접 보내면서 학교 버스에 학생들뿐 아니라 지도교수와 함께 탔다. 인사담당자를 만나 학생들의 부족한 점을 알려 달라고도 부탁했다. “LG에서 이런 총장 처음 봤다며 놀라워하더군요. 그러더니 ‘총장과 교수가 데려오는 학생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고 LG디스플레이 취업에 물꼬가 터졌죠. 삼성을 비롯한 다른 대기업에도 차츰 취업하기 시작했습니다.”
◆상고 나와 대기업 임원 거쳐 대학총장까지
취기가 올랐는지 홍 총장의 ‘취업 지원 분투기’는 점점 더 속도가 붙었다. 주요리인 버섯전골이 나왔다. 양지머리로 낸 국물에 온갖 버섯과 얇게 썬 소고기를 데쳐 먹는데, 자연산 송이버섯도 아낌없이 들어갔다. 송이의 알싸한 향이 녹아든 구수한 소고기 국물이 적당히 밴 쫄깃하고 야들야들한 식감의 고기와 버섯이 목을 타고 넘어가자 젓가락질이 멈추지 않았다.
20년간의 공무원 생활에 이어 삼성그룹 임원으로 15년을 일했고 대학교수에 대학총장까지 홍 총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그가 끊임없이 새로운 직장을 찾은 이유가 궁금해졌다. “옛날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며 거듭 거절하던 그가 기자와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 “직장을 옮긴 가장 큰 이유는 처음에는 돈 때문이었죠.” 그렇지 않아도 붉은 얼굴이 더 붉어졌다.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홍 총장은 상업고등학교를 나왔다. 졸업 후 지역 농협에 취업했지만 대학 나온 사람과 대우 차이가 심하자 1년 만에 그만두고 동국대에 진학했다. 대학에서는 상고에서 배운 부기 지식을 살려 회계학을 전공했다. “지도교수가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계리사(회계사) 시험을 보라고 하더군요. 계리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당시에는 은행이나 공무원이 인기가 좋았기 때문에 한 2년 공부해 공직에 들어섰죠.” 상공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지만 형편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회계 전문가로 인정받아 인천대, 연세대, 동국대 등에 초청돼 강의를 다니기도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설상가상으로 산업자원부 부이사관 시절 그의 부친은 말기암 진단을 받았다. 수천만원에 이르는 치료비는 결국 홍 총장의 공무원 생활을 마감하는 계기가 됐다. 때마침 삼성그룹에서 공무원 출신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홍 총장은 20년 공직생활을 뒤로하고 삼성경제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차관이 보증을 서줄 테니 그만두지 말라고도 했지만 폐를 끼칠 수 없었어요.”
홍 총장은 15년간 삼성자동차 전무, 삼성SDI 부사장과 고문 등을 거치며 삼성맨으로 살았다. 이후 온누리교회 담임목사의 권유를 받은 그는 미련없이 삼성그룹을 그만두고 전주비전대로 자리를 옮겼다. “영남 출신이라 전주에는 아무런 연고도 없지만 전주비전대를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고서는 ‘이건 하느님이 주신 달란트다’는 생각이 들어 받아들였어요.”
◆삼성에서 배운 것 도움돼
버섯, 고기, 채소를 건져 먹자 적당히 졸아들어 맛이 진한 국물에 김치와 두부를 넣어 김치찌개를 끓여준다. 홍 총장은 “이게 제일 맛있어요. 이것만 팔아도 되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라며 찌개를 한 그릇 가득 퍼 연신 입으로 숟가락을 가져갔다. 곁들여 나온 누룽지와 함께 김치찌개를 먹던 홍 총장은 삼성에서 배운 것이 많다고 했다. “처음에는 공무원 마인드로 기업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었죠. 하지만 기업에서 배운 경영 노하우들이 대학에 와서 효과를 낼 줄은 몰랐습니다.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이나 구성원들과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추진하는 것, 고객을 위한 서비스 및 각종 관리기법 등은 삼성에서 배운 것들입니다.”
식사가 끝날 즈음 앞으로 목표를 묻자 또 취업 얘기가 반사적으로 나왔다. “상대적으로 미진한 취업률을 보이는 일부 학과의 취업률을 높이는 것입니다. 대학의 고객인 학부모를 위한 가장 좋은 서비스는 좋은 직장에 자녀를 취업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유일한 길은 교육뿐”이라고 강조했다. 젊은이들에 당부의 말을 부탁했다.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되 그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홍순직 총장의 단골집 청학동버섯전골
무농약 버섯·나물만 사용…남은 육수에 김치찌개 끓여줘
전주 중화산동에 있는 청학동버섯전골은 20년 된 버섯요리 전문점이다. 이 집을 아는지 모르는지에 따라 전주에 사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유명한 집이다.
고기나 생선 대신 버섯을 사용한 요리를 내놓는 것이 특징이다. 사용하는 버섯과 나물은 농약을 쓰지 않고 재배한 것으로 계약 재배를 통해 들여오거나 직접 채취해서 쓴다. 특히 가게에서 가장 비싼 메뉴인 불로장생정식에 들어가는 송이버섯은 국내산 자연 송이만을 사용한다. 반찬으로 나오는 도토리묵은 직접 쑨다.
주력 메뉴인 전골이나 샤부샤부정식에 쓰는 육수는 양지머리를 우려낸 뒤 기름을 제거해 담백하다. 육수에 버섯과 고기를 데쳐 먹고 남은 육수에 김치찌개를 끓여주는 것이 특이하다. 김치찌개와 함께 밥과 누룽지를 제공한다.
정식요리를 주문하면 해물찜, 새송이깐풍기, 표고탕수육, 버섯모둠전 등이 조금씩 반찬으로 곁들여 나오는데 이 요리들은 일품요리로도 판매한다. 모둠전 8000원, 새송이깐풍기 1만2000원, 해물찜 1만5000원 등이다.
가장 많이 찾는 메뉴는 버섯전골정식(1만2000원), 정통샤부정식(2만원), 불로장생정식(2만5000원) 등이다. (063)224-1787
136社와 산학협력…맞춤형 교육 '명성'
‘대학가의 히딩크.’
홍순직 총장의 별명이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를 월드컵 4강으로 이끈 것처럼 취임 4년 만에 취업률을 수직 상승시킨 것을 빗댄 별명이다.
현재 전주비전대는 삼성전자와 LG화학, 세아베스틸 등 136개 기업과 산학 협약을 맺고 있다. 모두 홍 총장 취임 이후 이뤄낸 성과다.
전주비전대에서는 산학 협약을 맺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맞춤형 교육을 하고 기업은 졸업 즉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