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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싸움하는 '동물국회'…입법 0건 '식물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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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선택시각으로 본 사회 <5> 국회선진화법과 정치실패

    다수 동의 얻기 위해 발생하는 비용과
    법안처리 반대파가 감수해야 할 불이익
    그 合이 적을수록 효율적 의사결정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지난 5월2일 이후 150일간 문을 닫고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식물국회’의 출현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국민들로부터 ‘불임(不妊)국회’란 지탄을 받았던 국회의 이 파행적 운영의 배경에는 많은 이들이 지목한 대로 ‘국회선진화법’이 도사리고 있는 것일까?

    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 연구위원
    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 연구위원
    결론부터 말하면 국회선진화법은 식물국회의 출현을 조장한 제도적 배경이자 원인이다. 국회선진화법은 여야 간 또는 국회의원들 간 물리적 충돌 상황, 즉 ‘동물국회’의 출현을 방지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이다. 소수의 의견을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는 선의(善意)를 갖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찬성을 통해 안건 처리가 불가(不可)하도록 국회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을 변화시켜, 종내에는 정치시장의 융통성을 망가뜨리고 식물국회의 출현을 발생시켰음에도 그저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 근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식물국회의 출현이라는 결과만으로는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규범적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사안에 따라서는 식물국회 출현이 당연한 결과이고 바람직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동물국회의 방지를 위해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도 마찬가지다.

    몸싸움하는 '동물국회', 찬반의견 첨예하게 엇갈려도
    꼭 필요한 법은 어떻게든 입법…'국회 품위'를 잃을 뿐이었지만…

    입법 0건 '식물국회', 민생법안 방치·경제 타격
    막대한 의사결정 비용·시간…너무 많은 것들을 잃었다


    몸싸움하는 '동물국회'…입법 0건 '식물국회'
    가장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여겨지는 미국의 앨라배마 주의회에서도 2007년 공화당과 민주당 간 의견 갈등이 상원의원들 간 주먹다짐으로 번지는 등 동물국회는 대다수 민주주의 국가에서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다. 소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식물국회를 출현시켜야 할 때와 동물국회가 초래되더라도 다수의 의견만으로 빠른 집단적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의 구별 및 규범적 평가를 가능케 하는 정치경제학적 분석기반을 확립한 학문이 바로 공공선택학이다.

    1986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뷰캐넌과 공저자 고든 털럭은 현대 공공선택학의 근간을 마련한 저서 ‘동의(同意)의 계산(the calculus of consent·‘국민 합의의 분석’으로 번역 소개)을 통해 ‘집단적 결정 방식’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집단적 의사결정 과정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회적 비용, 즉 ‘의사결정비용(decision making cost)’과 ‘외부비용(external cost)’이 수반된다. 의사결정비용은 안건 처리를 놓고 다수의 동의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이다. 외부비용은 안건이 처리됐을 때 반대하는 구성원이 감수해야 할 피해나 불이익을 의미한다. 따라서 집단적 의사결정을 위해 요구되는 동의의 표(票)가 늘어날수록 의사결정비용은 늘어나고 외부비용은 감소한다. 이들은 두 비용의 합을 집단적 의사결정에 소요되는 사회적 총비용이라고 부르며, 사회적 총비용을 최소화하는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의 채택을 ‘최적의 선택’으로 진단했다.

    뷰캐넌과 털럭이 분석한 바와 같이 소수에 속하더라도 경미한 피해가 예상되거나 즉각적인 결정이 요구될 때는 소수의 동의만으로도 집단적 결정이 허용된다. 그러나 사유재산권이나 인권 침해가 예상되는 등의 중대한 사안에 대한 결정에는 ‘가중다수결(supermajority)의 동의’가 요구된다. 이런 특징은 대다수 민주주의 국가의 헌법정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안의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의견을 보호한다며 왈가왈부했다면 미국은 2차대전에서 패했을 것이다. 또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가중다수결의 동의과정이 무시됐기 때문에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가 활기치게 된 것이다. 한국의 헌법 또한 대통령 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 국회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문제를 구별하고 있고,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각기 다른 집단결정 방식을 적용한다.

    뷰캐넌과 털럭의 분석을 토대로 국회선진화법을 바라보면 이 개정안이 왜 식물국회를 야기한 원인으로 지목되는지, 왜 개정이 필요한지 금방 드러난다. 우선 국회선진화법은 논의되는 안건의 중대성은 무시하고 국회 내 거의 모든 의사결정에 60% 이상이란 가중다수결의 동의를 요구한다. 이는 안건의 중대성에 근거해 집단적 의사결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다양한 의사결정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다. 국회선진화법 도입 전에는 다수의 합의만으로 각종 안건을 신속 처리했던 국회가 이젠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식물국회로 전락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국회선진화법의 또 다른 문제점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제한하는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의장의 직권상정제도는 안건 처리가 무기한 지연되는 사태로 인해 발생되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교섭단체 대표의 합의가 없는 의장의 직권상정을 불가능하게 해 어쩔 수 없이 식물국회로 인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국회선진화법의 근본적 문제는 ‘절차적 오류’에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 의사결정 방식 자체를 변경하는 개정안임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국회법, 즉 ‘과반(過半)의 동의’란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을 통해 만들어졌다. 이는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의 결정이나 변경과 같은 헌법적 요소를 개정하는 사안에는 가중다수결의 동의나 만장일치가 요구돼야 한다는 원칙을 무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절차적 오류로 인해 국회선진화법은 소수에 의해 다수가 지배당하는, 즉 소수의 지지만으로 선출된 독재자의 해임을 위해 다수의 동의를 요구하는 것과 비슷한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과반수 동의라는 방식으로 통과된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위해서는 60%라는 가중다수결의 동의가 요구되는 웃지 못할 결과는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 변화와 결정이 얼마나 중대하며 헌법 수정에 상응하는 의사결정인지 방증하기도 한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그동안 우리 사회가 치러야 했던 사회적 비용은 어쩌면 빙산의 일각이며 그 부작용은 점차 심화될 것이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은 흔히 얘기되는 것처럼 다수결 혹은 과반수 원칙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개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과반수와 다수결 원칙은 본래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안건의 중대성에 따라 적용되는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도 다양해야 한다는 근본적 원칙에서 벗어나 일괄적으로 모든 안건에 가중다수결의 동의를 요구했고, 절차적 오류로 인해 소수에 의한 다수의 지배라는 상황을 초래했기 때문에 국회를 퇴보시킨 개정안이며 식물국회란 정치 실패를 가져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 공공선택학 뿌리가 된 연구 - 同意의 분석

    환경세 등 공익 앞세운 정책에도 특정집단 이익 극대화 '함정' 있어


    몸싸움하는 '동물국회'…입법 0건 '식물국회'
    집단적 의사결정의 주체는 집단일까, 집단의 구성원일까. 현대 공공선택학의 근간이 된 ‘동의의 분석’은 이런 근본적 질문으로 시작된 연구의 결과물이다.

    제임스 뷰캐넌과 고든 털럭의 공저 ‘동의의 분석’은 집단적 결정방식 및 헌법의 논리적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 집단 자체가 아닌 집단을 구성하는 개인의 선택에 주목해 경제학적 분석방법을 정치시장에 적용한 최초의 연구였다.

    개인의 선택을 정치시장 분석의 출발점으로 채택하는 공공선택학의 방법론은 다른 정치학적 분석과 차별되는 색다른 시각을 제공했다. 우선 정치인과 공무원은 그동안의 생각처럼 공익을 추구하는 이타적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꾀하는 사익적 존재라며 정치와 정부에 대한 낭만적 편견을 타파하는 시발점이 됐다. 공공선택학은 이런 방법론을 바탕으로 왜 각종 시장활동에서는 사익을 꾀하는 개인에 불과한 정치인과 공무원이 정치시장에서는 공익을 꾀하는 존재로 탈바꿈하는지 되물으며, 집단적 결정의 정치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치 실패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다.

    정치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치 실패의 문제는 기존 정치경제학에서 간과하고 있던 현실적 문제에 대한 진단이기도 하다. 한 예로 ‘환경오염세’를 생각해 보자. 보통의 경제학자라면 최적의 환경오염세를 부과함으로써 환경오염이라는 외부 효과를 방지할 수 있다고 처방한다. 하지만 공공선택학에 따르면 환경오염세는 현실적으로 경제학자의 처방이 아닌 집단적 의사결정 과정이라는 정치화 과정을 통해 결정되며, 이 과정을 통해 결정된 환경오염세는 기존의 시장 실패를 더욱 악순환시키는 정치 실패의 사례로 전락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동의의 분석은 많은 정치경제학자의 시각을 정치 실패의 문제로 옮겨가게 만든 계기가 됐다. 공공성을 앞세우며 국민을 현혹하는 수많은 정책과 공약의 뒷면에는 사익을 추구하려는 동기가 존재하고, 실제로 정치화 과정을 통해 사익을 추구하는 현상은 집단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제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공공선택학은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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