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문제아' 그리스…유로존, 되살아난 '재정위기 망령'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구제금융 조기졸업 계획 政情불안으로 '흔들'
국채금리 한때 年 9%대 치솟아…증시 사흘 만에 15% 하락
伊·스페인 등 여전히 부채 많아…주변국에 전염 가능성
ECB·EU "그리스 계속 지원"
국채금리 한때 年 9%대 치솟아…증시 사흘 만에 15% 하락
伊·스페인 등 여전히 부채 많아…주변국에 전염 가능성
ECB·EU "그리스 계속 지원"
그리스가 다시 유럽 경제의 ‘문제아’로 떠올랐다. 국채금리는 1주일 새 3%포인트 가까이 뛰고, 증시는 사흘 만에 약 15% 하락했다. 국채금리가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연 7%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데자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에도 그리스 국채금리가 7%를 넘어선 뒤 부채를 제대로 갚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면서 주변 재정 취약국으로 위기가 급속히 확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디플레이션(장기 물가 하락)과 경기 재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잠잠하던 리스크까지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정 불안에 국채금리 급등
그리스 금융시장이 불안해진 것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그리스는 구제금융 조기 졸업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가 악화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그리스는 2010~2011년 재정위기 때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총 26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그리스 정부는 올해 말이나 내년 3월 구제금융을 조기 졸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더 이상 혹독한 긴축을 하지 않고 경제 주권을 회복하겠다는 취지였다. 함께 구제금융을 받았던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이 이미 구제금융을 졸업한 것도 그리스 정부를 서두르게 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2월 대선을 앞두고 구제금융 전면 재협상을 주장하는 야당의 지지율이 앞서는 것으로 나오면서 구조개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15일 그리스 은행들이 26일 공개될 유로존의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해 불안감을 키웠다. 조지프 콜로머 피치 이사는 “그리스 은행권의 대출자산에 문제가 있다”며 “이번 테스트로 추가적인 자본 확충 필요성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주변국 전염될까
그리스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유로존에 ‘제2의 재정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로존 국가의 정부부채는 아직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그리스 164.2%, 이탈리아 141.7%, 포르투갈 127.9%, 스페인 92.8%, 아일랜드 125.8% 등이다.
캐슬린 브룩스 포렉스닷컴 리서치 디렉터는 “(그리스의) 국채수익률 상승은 유로존 내부의 불안요소를 반영한다”며 “만약 (그리스) 경제가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고 판단한다면 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 국채금리가 동반 폭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경제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각국 지도자가 경제정책을 놓고 분열하는 것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독일이 주도하는 재정 긴축정책 완화를 원하고 있으나 독일은 후퇴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ECB·EU, 그리스 지원 약속
그리스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EU와 ECB가 그리스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긴급 진화에 나섰다. 이위르키 카타이넨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유럽은 그리스가 자금 조달 환경이 확실해지고, 지속적인 시장 접근이 가능해질 때까지 필요한 무엇이든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CB는 그리스 시중은행이 자금을 차입하면서 담보로 제공한 채권의 채무할인(헤어커트) 비율을 추가로 낮춰 은행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와 협의해 ECB가 그리스 은행들의 차입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헤어커트 비율을 낮춰 그리스 4대 은행에 투입되는 추가 유동성은 12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는 그리스 자산을 담보로 잡을 때 자산 가치를 20% 깎아 80%만 인정해 줬다면 이제는 10%만 깎아 90%까지 인정해주겠다는 식이다. 즉 그리스 자산에 붙는 위험 가중치를 낮춰주겠다는 것으로, 이는 그리스 자산 담보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를 발휘한다. 그리스 은행들이 담보를 맡기고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김보라/김순신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정정 불안에 국채금리 급등
그리스 금융시장이 불안해진 것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그리스는 구제금융 조기 졸업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가 악화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그리스는 2010~2011년 재정위기 때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총 26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그리스 정부는 올해 말이나 내년 3월 구제금융을 조기 졸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더 이상 혹독한 긴축을 하지 않고 경제 주권을 회복하겠다는 취지였다. 함께 구제금융을 받았던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이 이미 구제금융을 졸업한 것도 그리스 정부를 서두르게 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2월 대선을 앞두고 구제금융 전면 재협상을 주장하는 야당의 지지율이 앞서는 것으로 나오면서 구조개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15일 그리스 은행들이 26일 공개될 유로존의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해 불안감을 키웠다. 조지프 콜로머 피치 이사는 “그리스 은행권의 대출자산에 문제가 있다”며 “이번 테스트로 추가적인 자본 확충 필요성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주변국 전염될까
그리스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유로존에 ‘제2의 재정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로존 국가의 정부부채는 아직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그리스 164.2%, 이탈리아 141.7%, 포르투갈 127.9%, 스페인 92.8%, 아일랜드 125.8% 등이다.
캐슬린 브룩스 포렉스닷컴 리서치 디렉터는 “(그리스의) 국채수익률 상승은 유로존 내부의 불안요소를 반영한다”며 “만약 (그리스) 경제가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고 판단한다면 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 국채금리가 동반 폭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경제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각국 지도자가 경제정책을 놓고 분열하는 것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독일이 주도하는 재정 긴축정책 완화를 원하고 있으나 독일은 후퇴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ECB·EU, 그리스 지원 약속
그리스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EU와 ECB가 그리스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긴급 진화에 나섰다. 이위르키 카타이넨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유럽은 그리스가 자금 조달 환경이 확실해지고, 지속적인 시장 접근이 가능해질 때까지 필요한 무엇이든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CB는 그리스 시중은행이 자금을 차입하면서 담보로 제공한 채권의 채무할인(헤어커트) 비율을 추가로 낮춰 은행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와 협의해 ECB가 그리스 은행들의 차입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헤어커트 비율을 낮춰 그리스 4대 은행에 투입되는 추가 유동성은 12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는 그리스 자산을 담보로 잡을 때 자산 가치를 20% 깎아 80%만 인정해 줬다면 이제는 10%만 깎아 90%까지 인정해주겠다는 식이다. 즉 그리스 자산에 붙는 위험 가중치를 낮춰주겠다는 것으로, 이는 그리스 자산 담보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를 발휘한다. 그리스 은행들이 담보를 맡기고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김보라/김순신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