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와 이혼·재혼을 포용하려던 가톨릭교회의 시도가 보수파의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세계주교대의원대회(주교 시노드) 최종보고서에서 교회가 동성애자와 이혼자, 결혼하지 않은 커플은 물론 이들의 아이도 환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중간보고서 문구가 모두 삭제됐다. 외신들은 개혁을 시도하려는 프란치스코 교황 등 진보파와 이에 저항하는 보수파 간 갈등의 골이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보수파가 강하게 반발하자 교황청은 최종보고서 투표를 앞두고 “동성애자들도 기독교 공동체에 헌신할 자격과 은총이 있다”고 명시한 문구를 ‘동성애 성향이 있는 남녀를 존중하는 태도로 환대해야 한다’는 구절로 대체했다. 그러나 완화된 문구를 최종보고서에 포함할지 묻는 투표에서 118명 찬성, 62명 반대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채택이 무산됐다.

AFP통신은 교황을 선두에 세운 가톨릭 내 진보파와 보수파가 공개적으로 맞붙었으며 교황이 일격을 당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배 가까이 많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교황청 영문 대변인인 토머스 로시카 신부는 “동성애와 이혼에 대한 구절이 완전히 거부되지 않았다”며 “진전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노드 최종 보고서는 각 교구로 전달돼 의견 수렴절차를 거친 뒤 내년 10월 시노드에서 다시 최종 보고서를 펴낼 예정이어서 가톨릭 내에서 동성애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