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항공화물 시장의 침체기는 이제 끝나가고 있다고 봅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동시에 같은 제품을 전달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건 항공 화물이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나빌 술탄 에미레이트항공 화물부문 수석부사장(사진)은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자와 만나 항공 화물 시장을 밝게 전망했다. 1990년 에미레이트에 입사한 술탄 부사장은 지난해 6월부터 화물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동영상 공유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해외 직접구매 시스템이 발달하며 마케팅에서 국경의 의미가 없어졌다”며 “항공기는 기업들이 요구하는 물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또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일을 제때 맞추고, 스페인 자라나 일본 유니클로가 각국에서 동시에 똑같은 새 디자인 의류를 선보이는 등 국경을 뛰어넘는 마케팅도 결국 항공 화물의 힘”이라고 덧붙였다.

1985년 두바이에서 설립된 에미레이트항공은 현재 화물기 13대로 화물운송 서비스 ‘스카이카고’를 운영하고 있다. 스카이카고는 항공 화물 수송량이 지난해 기준 총 230만t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항공 화물 시장의 약 15%다. 여객 부문에선 83개국 146개 도시에 취항 중이며, 에어버스의 초대형기 A380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50대) 항공사이기도 하다.

술탄 부사장은 에미레이트항공 등 중동 항공사들이 A380을 비롯한 중·대형기를 선호하는 이유로 중동 역내 노선 부족을 꼽았다. 그는 “아시아와 유럽은 역내 단거리 노선이 많고, 미국과 중국은 땅이 넓어 국내선 망이 넓다”며 “반면 중동은 인근에 항공교통으로 갈 만한 지역이 없어 처음부터 장거리 운항을 염두에 두고 항공사와 공항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동 항공업계가 오일머니에만 의존해서 성장했다는 건 편견”이라며 “아무리 투자금이 많다고 해도 차별화된 전략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게 항공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