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서태지의 902014’…아직 끝나지 않은 신드롬
[박윤진 기자] 서태지의 공연은 단순히 가수와 관객이 노래와 호응만 주거니 받거니 하는 그런 이벤트에 머무르지 않는다. 거대한 무대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마법 같은 이야기를 쏟아내며 오래 준비한 공연이라는 것을 자랑한다. 이는 동시대 어느 가수도 갖지 못한 엄청난 퀄리티이며, 그를 만나러간 관객은 마치 비현실의 세계를 체험하고 온 사람들이 됐다. 서태지의 9집 컴백 콘서트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의 이야기다.

10월18일 오후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서태지는 5년 만에 개최하는 컴백공연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으로 5년 만에 팬들 앞에 섰다. 이날 컴백 공연을 통해 그 첫 라이브 무대가 꾸며졌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문화를 소비한 2030세대부터, 청소년, 중장년층까지. 공연장을 찾은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은 한 자리에서 동일한 추억을 쌓았다.

투자가 아깝지 않다
[리뷰] ‘서태지의 902014’…아직 끝나지 않은 신드롬
이번 앨범이 ‘동화’를 콘셉트로 하는 만큼 할로윈을 연상시키는 무대 디자인은 생동감을 더해 공연에 확실한 임팩트를 안겼다.

80m에 달하는 무대 길이는 단연코 압도적. 무대 전면에는 좌우와 상하 방향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LED가 설치됐고, 이는 세계적인 음향 엔지니어 폴 바우만이 직접 사운드 디자인을 맡아 진행했다. 그는 밥 딜런, 마돈나, 라디오헤드, 데이빗 보위 등 뮤지션들의 투어에 사운드 디자인을 담당한 인물이다.

스크린을 통해 화려한 이미지를 쏘아 생동감 넘치는 무대를 만들기도 했으며 이 같은 분위기는 그의 음악적 상상력의 배경을 충분히 짐작케 해 준다. 최대치의 사운드와 아날로그적 정서의 결합이 시너지를 발휘한 무대 ‘소격동’은 인상 깊게 기억되는 장면이다.

기대 이상의 카타르시스, 재해석된 무대

[리뷰] ‘서태지의 902014’…아직 끝나지 않은 신드롬
공연이 시작되기로 한 시각을 조금 지나 오후 7시가 되자 스테이지로 ‘댄싱나인2’ 우승자 블루아이가 나타나 ‘난 알아요’를 선곡해 멋스러운 퍼포먼스를 선뵀다. 이들이 무대를 마치자 이윽고 암전된 무대 위로 서태지가 등장했다.

그의 등장에 관중들의 예상대로 우렁찬 함성소리를 터트렸으나 이내 수그러든 것은 ‘모아이’의 멜로디가 울려 퍼지면서부터다. 이어 깜짝 게스트 아이유와 함께 9집 선 공개 곡 ‘소격동’을 함께 부르며 특별한 입맞춤을 했다.

공연은 ‘버뮤다 트라이앵글’ ‘프리즌 브레이크’ 등 록 스피릿을 충실한 수록곡들부터, 최신작 ‘소격동’ ‘크리스말로’를 비롯해, ‘너에게’ ‘교실이데이’ ‘하여가’ 등 히트곡 퍼레이드들로 꾸며졌다.

서태지는 “몸이 좀 굳었다”며 ‘내 모든 것’ ‘시대 유감’을 연달아 부르며 긴장을 풀었다. 또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고 소개한 ‘숲속의 파이터’를 공연하며 몸을 풀어갔다. 이어 ‘잃어버린’ ‘프리즌 브레이크’를 전개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부풀어 오른 관객들의 열기와 서태지에 대한 동경과 환상은 극에 달했다.

그는 또 ‘너에게’를 선곡하며 추억을 곱씹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이 곡이 성시경에 의해 리메이크 됐던 것을 이야기하며 “20여년만에 너에게라는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이 노래가 지금에 와서 또 다시 사랑을 받게 됐네요. 준비하면서 여러분 생각도 많이 났고요. 그래서 여러분 꼬꼬마 시절 ‘너에게’ 오리지널 버전을 들려드릴게요”라며 특유의 미성으로 ‘너에게’의 추억을 되살렸다.

‘인터넷 전쟁’ ‘나인티스 아이콘’ ‘해피앤드’ 등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서태지는 ‘컴백홈’ ‘교실 이데아’ ‘하여가’를 스윙스, 바스코와 합동 무대로 꾸몄다. 각자의 분야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는 이들이 한 무대에서 호흡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다니 세월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했다.

서태지는 “‘소격동’의 추억을 예쁘게 만들어준 아이유, 공연에 함께해준 스윙스와 바스코, 항상 고생해주는 밴드 멤버들, 바로 이 자리의 주인공인 여러분께 감사 인사하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고 앙코르곡 ‘테이크 파이브’를 부르며 무대를 떠났다.

서태지는 지금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이룩해온 뮤지션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자 했던 이날의 모습은 감동, 여운이 오랜 시간 가슴에 기억될 일이다. (사진제공: 서태지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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