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지난 16일 서울 중림동 사옥에서 국내 대표적인 여성 부동산 전문가 5명을 초청, ‘전·월세 시장의 동향과 대응 방안’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김전경 밸류마크자산관리 본부장, 홍주연 솔렉스마케팅 부장, 김희선 알투코리아 전무,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정숙희 대우증권 부동산전문위원.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16일 서울 중림동 사옥에서 국내 대표적인 여성 부동산 전문가 5명을 초청, ‘전·월세 시장의 동향과 대응 방안’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김전경 밸류마크자산관리 본부장, 홍주연 솔렉스마케팅 부장, 김희선 알투코리아 전무,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정숙희 대우증권 부동산전문위원.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전셋값이 치솟는다’는 표현에 무덤덤해질 정도다. 전세가율(매매값 대비 전셋값 비율)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집주인들이 전세 매물을 월세로 바꿔 전세 공급은 더욱 부족해지고 있다. 반면 수요자의 전세 선호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자가나 월세로 사는 것보다 주거비가 적게 들어서다. 전세난이 ‘상수’가 돼버린 부동산시장에서 현명한 대응 전략은 무엇일까.

김희선 알투코리아 전무,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정숙희 KDB대우증권 부동산전문위원, 김전경 밸류마크자산관리 본부장, 홍주연 솔렉스마케팅 부장 등 여성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최근 전세시장 동향과 대처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지금을 ‘전세대란’이라고 볼 수 있나.

▷정 전문위원=전국의 지점을 돌아다니면 집값에 대한 고충을 많이 듣게 된다. 특히 젊은 층이 느끼는 집값, 전셋값 부담이 굉장히 큰 것 같다.

▷함 센터장=딱히 대란이라고 부를 수준은 아니다. 올해 평균적으로 서울은 4% 올라서 지난해처럼 10% 이상 폭발적으로 전세금이 올라간 것은 아니다. 다만 2009년부터 거의 6~7년간 전세금이 오르고, 매해 재계약 비용 부담이 높아지면서 체감 고통이 커지고 있다.

▷김 전무=‘이사철’이라는 개념이 없어졌다. 물량이 귀해지면서 탐색 기간이 길어졌다는 뜻이다. 나도 지난 2월에 전셋집에 들어가기 위해 4개월 전부터 한겨울에 돌아다니며 집을 찾았다. 예전에는 2개월 전부터 움직였다면 이제는 6개월 전부터 움직인다. 그래야 예산도 생각하고 자금조달 계획도 세우고 차선책도 마련할 수 있다. 사시사철 전세 물량을 찾으러 다니는 것이다.

▷전세난이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김 본부장=절대적인 공급량이 부족하다. 그간 평균적으로 30만가구가 전국에 공급됐는데 2013년에는 18만~19만가구밖에 공급되지 않았다. 금리 인하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받아서 은행에 넣어도 수익이 없으니 보증부 월세로 돌린다. 금리는 2%대인데 전·월세 전환율은 6~8%로 3~4배 차이 난다.

▷홍 부장=돈 있는 사람들은 은행에 넣어도 금리가 너무 낮으니 다른 데 투자할 곳을 찾다가 집을 산다. 그리고 그 집을 전세가 아닌 월세로 준다. 반면 세입자들은 다달이 나가는 지출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전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월셋집만 있거나 엄청나게 비싼 전셋집만 남는다. 소비자 역시 혼란을 겪는다.

▷김 전무=전세는 중산층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저소득층은 옛날부터 월세로 살았다. 전·월세 대책을 이야기할 때 자꾸만 전세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아파트 매매시장을 활성화하려면 강남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의 구조와 다르지 않다. 전세는 사금융 역할을 해왔다. 2000년 이후로는 공공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많이 만들어지고, 집값이 오르지 않아 레버리지 효과도 사라졌다. 재화로서 전세를 발판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이 점점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전세 매물이 사라지는 것이다.
[Real Estate] "전세, 가격 오르는 폭보다 물량 귀해지는 게 더 문제"
▷앞으로 집값이 오를까.

▷함 센터장=지역적으로 다르다. 강남이 오르면서 다른 곳도 오른다는 ‘낙수효과’나 대세 상승은 없을 듯하다. 그 지역이 갖고 있는 수요층, 공급가구 수, 비전, 호재 등에 따라 양극화될 가능성이 크다.

▷김 전무=분양가가 높아져서 시세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나오는데, 경기가 좋을 때는 가능한 일이다. 대표적인 곳이 청라나 송도다. 싸게 공급되다가 분위기가 좋으니 분양가를 올렸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며 미분양이 났다. 결과적으로 초기에 분양받은 사람은 아직도 마이너스다. 지금 분양시장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좋을 것 같지만 1년 뒤를 누가 보장할 수 있겠나. 인기 지역이라고 해서 웃돈(프리미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판교 청라 송도 등의 경험을 통해 안다.
[Real Estate] "전세, 가격 오르는 폭보다 물량 귀해지는 게 더 문제"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부부를 가정하자. 당장 4개월 뒤 전세계약이 끝나는데 전셋값은 5000만~7000만원까지 올랐다면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좋을까.

▷정 전문위원=첫 번째는 전세금을 올려주고 재계약하는 것이다. 금리가 싸기 때문에 조달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둘째로 오른 전세금 상승분만큼을 월세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이사비용 중개수수료 등으로 보통 1000만원 정도 들어가는데, 차라리 월세를 내고 그대로 사는 게 더 현실적일 수도 있다. 이사를 가야 할 경우 공급 물량이 많은 곳을 찾아 보라. 3885가구가 들어선 서울 아현뉴타운 ‘마포래미안푸르지오’ 같은 경우 잠시 전셋값이 떨어졌다. 서울 왕십리 청량리 전농 등에서도 대량 입주가 있으니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함 센터장=보증부 월세를 두려워하지 말라. 전세자금 대출받고 은행 이자 내는 것보다 월세를 내고 세액공제 10% 받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적어도 매매가 대비 60~70%의 전세 보증금을 갖고 있는 사람은 대출이 많지 않다면 괜찮은 신규 분양 아파트를 사는 것도 좋다.

▷홍 부장=신혼부부는 혼수나 결혼 비용 부담이 크다. 꼭 주거를 아파트에만 한정지을 필요가 없다.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공급량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이쪽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다.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은 풀옵션이라 세간살이를 마련할 이유도 적다. 여기서 잠깐 살면서 종잣돈을 모은 뒤 이사가는 것도 답이다. 다세대·다가구주택도 선택지인데, 상대적으로 보증금이 높을 경우 다 되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

▶전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함 센터장=세금 혜택이 마지막으로 남은 정책 카드다. 취득세·종합부동산세·법인세 등을 깎아줄 수 있겠지만 개인 사업자는 결국 자식에게 상속하는 증여상속세의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5~10년 이상 연 5% 이상 올리지 않고 저렴하게 임대사업한 사람에게는 증여세나 상속세를 줄여 주면 시장에서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난다.

▷김 전무=월세 수준을 어떻게 조정할 것이냐 하는 것도 제도적으로 고민할 수 있겠지만 결국 전세 공급량을 늘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다만 임대주택을 어디에 얼마나 공급할 것이냐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매매시장과 충돌할 수 있다. 임대 아파트 공급은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다. 시장 메커니즘을 정비해주는 것과 구별해서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

▷김 본부장=민간이 준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면 혜택을 늘려야 한다. 양도세나 취득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전셋값은 앞으로 어떨게 될까.

▷정 전문위원=전세시장의 긍정적인 요소는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임대시장 선진화 방안이다. 이 방안의 핵심은 월세를 받으면 세금을 내라는 것이다. 집을 많이 가진 다주택자에게는 큰 부담이다. 높은 전월세 전환율을 보고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세금 부담 때문에 다시 전세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전세 물량 증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김 본부장=부정적인 요소는 재건축, 재개발 이주 수요다. 예측할 수가 없다. 최근 서울 대치동 국제아파트가 이주를 시작했는데, 이 아파트는 아주 작은 단지인데도 주변에 물건도 없고 전셋값도 오르고 있다. 개포주공 둔촌주공 등 이주가 예정된 강남 재건축 단지가 많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이주하는 2015~2016년이 되면 전셋값이 단기적으로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김 전무=내년에 서울의 입주 물량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재건축 이주가 아니더라도 신규 공급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내년 전세시장은 불안할 수 있다. 대신 경기도는 1만가구 이상 늘어나니까 외곽에서 열심히 찾는 것도 방법이다. 전세가격도 수급에 따라 움직인다. 입주 물량이 많은 곳을 쫓아다니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