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검진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며 치료를 거부하거나 미루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권고안에서 이미 진단을 받아 종양을 발견한 환자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전했지만, 수술을 앞두고 있는 환자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태다. 갑상선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중요 정보를 짚어봤다.
갑상선암, 위치와 종류가 수술의 중요 기준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갑상선암 수술…0.5cm 이하는 관찰, 0.6cm부터는 수술

갑상선암의 대부분은 진행 속도가 느리다. 크기가 4-5cm 이상으로 매우 커서 주위 장기를 압박하거나, 크기에 관계없이 주위 조직으로 진행된 경우에만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나타난 후에는 이미 다른 장기로 원격 전이 했거나 크기가 커진 경우이므로, 증상이 시작된 후 치료하면 늦을 수 있다. 그러나 갑상선암을 진단 받은 경우에도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추적 관찰하여 암의 진행 경과를 지켜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10년 대한갑상선학회는 갑상선암 진단 및 치료에 관한 개정된 권고안에서 종양의 크기가 0.5cm 이하인 경우 세포검사를 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악성인지 확인할 필요 없이, 앞으로 크기가 더 커지지 않는 지 관찰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단, 주위 림프절로 진행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전제 조건이 반드시 확인돼야 한다. 또한 갑상선암이 언제, 얼마나 커질지는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의와의 긴밀한 상담을 필요로 한다.
갑상선암, 위치와 종류가 수술의 중요 기준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갑상선암 수술…크기가 0.5cm 이하라도 수술해야 하는 경우

갑상선암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는 0.6cm 이상일 때부터다. 이 때에는 관찰보다는 수술이 우선으로 고려된다. 0.6cm 이상부터는 측면 림프절 전이와 원격전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0.6cm와 1 cm 사이 갑상선암은 형태나 종류, 예후 등과 관련해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여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종양의 크기가 0.5cm 미만이더라도 종양의 위치와 초음파 상 악성을 시사하는 모양에 따라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암 조직이 기도, 식도, 혈관, 림프절, 성대 신경 주위에 있는 경우에는 암 크기가 작더라도 수술을 해야 한다. 다른 조직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갑상선 암이 전이되면 척추 신경을 압박하는 경우에는 하반신 마비를 야기하며, 폐에 퍼진 경우에는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뼈로 퍼진 경우에는 쉽게 골절이 되거나 심한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모든 갑상선암 환자가 갑상선 전절제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2009년 미국갑상선학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cm 이상의 갑상선암의 기본적인 수술은 전절제술이다. 하지만 1cm미만 미세유두암 중 갑상선피막 침범이 없고, 림프절 전이가 없으며, 한 갑상선 안에 2개 이상 암이 없으면 반절제가 허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갑상선암을 진단 받으면 암의 크기만을 따지지 말고, 형태나 위치, 종류, 예후 등과 관련해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여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종류에 따라 긴급한 갑상선암 수술…갑상선미분화암은 빠른 제거 필요

갑상선암은 진행이 느리고 환자의 생존률이 높은 암에 속한다. 하지만 이는 갑상선유두암일 경우만 해당하는 이야기로, 갑상선암이라도 진행 속도가 빨라 시간을 다투는 암도 있다. 갑상선암 중에는 미분화암처럼 진단 후 1년 내에 사망하는 위험한 암도 존재한다. 암세포의 분열이나 펴져 나가는 속도가 빠른 미분화암은 처음 진단 시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으며, 방사성요오드 치료가 듣지 않는다. 따라서 증상이 없을 때부터 정기적으로 검진하고, 가능한 빨리 발견하여 제거하는 방법만이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답이다. 또한 갑상선유두암도 늦게 발견되어 병기가 진행이 된 상태면 치료도 힘들어지고 사망률도 높아지므로 조기 검진이 필수이다. 이 때문에 갑상선 발병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은 정기 검진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경부에 방사선 조사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 소아기에서 청소년기 사이에 전신 방사선 조사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가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부모가 갑상선 유두암이나 여포암을 진단받은 경우 자녀에게서 갑상선암이 발생할 위험도가 높아진다. 아들의 경우 7.8배, 딸의 경우 2.8배 증가한다.

양정현 건국대병원 외과 교수(전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회장. 현 건국대학교 의료원장)는 “검사를 통해 갑상선암을 진단받았다면,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앞으로의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나 수술 계획은 환자의 진행 상태, 동반질환의 유무, 기대 수명 등의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며 “수술을 미루는 것을 고려할 수 있는 조건은 크기가 0.5cm 이하면서 위치가 나쁘지 않고, 가족력 및 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 관찰을 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조건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